‘언더독’ 아이슬란드 비아르나손
잉글랜드와 16강전 앞두고
“우상 루니와 유니폼 교환을…”
아이슬란드팬 2만명 응원 열기 속
스웨덴 출신 사령탑 라거벡의
‘잉글랜드 천적’ 이력도 눈길
“웨인 루니(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원한다면 기꺼이 내 유니폼을 벗어주겠다.”
아이슬란드 미드필더 엘마르 비아르나손(29ㆍAGF)이 웃으며 말했다.
비아르나손은 어린 시절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었다. 맨유의 간판스타 루니는 그에게 우상과 다름없다. 그런 루니와 유로 2016 16강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으니 꿈만 같은 일이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유로에 첫 출전해 16강의 역사를 쓴 ‘얼음왕국’ 아이슬란드가 28일 오전 4시(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의 스타드 드 니스에서 맞붙는다. 16강전 8경기 중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경기다.
두 팀을 비교하면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이다.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33만 명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시티의 인구와 같다. 아이슬란드의 축구 등록 선수는 3만5,000명이고 정식 프로리그도 없어 세미 프로리그를 운영하는데 평균 연봉이 약 3만 유로(3,700만원)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평균 연봉은 41억 원.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이슬란드는 조별리그에서 유니폼 교환 굴욕 사건도 겪었다.
아이슬란드는 F조 1차전에서 포르투갈과 득점 없이 비겼다. 경기 후 아이슬란드의 정신적 지주인 아론 군나르손(27ㆍ카디프시티)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에게 유니폼을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네가 누군데?”라며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호날두에게 비판이 쏟아지자 군나르손이 직접 “호날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해명에 나서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아이슬란드가 워낙 무명이라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루니를 향한 비아르나손의 발언은 이런 상황을 빗댄 것이다. 비아르나손은 “루니는 오랫동안 잉글랜드에서 최고의 선수였다. 하지만 아직 그는 최고의 게임을 못 보여준 듯하다. 우리를 상대로 그렇게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루니가 이번 대회에서 별 다른 활약이 없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도발했다. 이어 “잉글랜드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도 강 팀을 이긴 적이 있다. 2만 명의 팬들이 우리를 응원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이슬란드는 유로 지역예선에서 터키와 체코를 각각 3-0, 2-1로 한 번씩 이겼고 강호 네덜란드를 2-0, 1-0으로 두 번 다 제압했다. 2만 명의 팬들이 잉글랜드와 16강전을 관전하기 위해 프랑스로 오고 있다. 전 인구의 10% 가까이가 이동하는 셈이다.
스웨덴 출신인 라스 라거벡(68) 아이슬란드 감독의 경력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라거벡 감독은 스웨덴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을 할 때 잉글랜드와 6번 맞붙어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스웨덴은 월드컵과 유로 등 중요한 대회 때마다 잉글랜드의 발목을 잡는 ‘천적’으로 유명했는데 라거벡 감독도 한 몫했다. 그는 스웨덴 코치 시절이던 1998년과 1999년 잉글랜드에 1승1무를 거뒀고 감독을 맡은 뒤에는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도 1승3무로 우위를 점했다.
영국 언론들도 “아이슬란드와 경기에 로이 호지슨(69) 잉글랜드 감독의 운명이 달렸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지슨 감독은 유로 2016 조별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혹평을 받았다. 아이슬란드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곧바로 지휘봉을 내려놔야 할 처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고 있는 잉글랜드가 아이슬란드를 맞아 이래저래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편 폴란드가 유로 2016에서 가장 먼저 8강에 이름을 올렸다. 폴란드는 26일(한국시간) 프랑스 생테티엔 스타드 조르푸아 기샤르에서 열린 스위스와 16강전에서 전ㆍ후반과 연장전 총 12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했다. 포르투갈도 크로아티아를 연장접전끝에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관심을 모았던 웨일스도 북아일랜드를 1-0으로 따돌리고 8강티켓을 손에 넣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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