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춘천경찰서는 26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거녀의 3살배기 아들을 벽에 집어 던져 숨지게 한 정모(33)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24일 오전 1시쯤 춘천시 후평동 모 원룸 2층 동거녀 A(23)씨의 집에서 동거녀의 아들 B군을 벽과 장롱에 던져 숨지게 한 혐의다.
정 씨는 전날 오후 B군을 방 안에 혼자 놔둔 채 외출해 술을 마신 후 이튿날 자정쯤 귀가했다가 B군의 대변이 방바닥 등에 묻어 있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씨가 ‘기저귀에서 대변이 흘러 넘쳐 방바닥 등에 묻어 있는 걸 보고 화가 난 상태에서 아이를 씻겼지만 계속 울자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범행 직후 친구에게 ‘아이를 죽였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뿐 30시간 넘게 숨진 B군을 방치했다. 정 씨 연락을 받은 친구는 즉시 신고하지 않다가 25일 오전 4시쯤 정씨로부터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자 112에 신고했다.
야간 일을 하는 동거녀 A씨는 범행 당일인 24일 오전 6시쯤 귀가했지만 술에 취해 아들이 숨진 것도 모른 채 잠을 잤고, 이날 저녁 출근할 때도 A군이 자는 줄로만 알았다. A씨는 25일 오전 2시쯤 “내가 술에 취해 실수로 아이를 죽였다. 미안하다”는 정 씨의 고백을 듣고 아들이 숨진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아들이 숨진 것을 알았지만 A씨는 휴대전화 발신이 정지돼 곧바로 신고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B군은 발견 당시 머리와 얼굴, 복부 등이 부어 있고, 멍 자욱이 많았으며 외부 출혈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씨와 A씨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돼 2달 전부터 동거하고 있으며, 정 씨는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집에서 쉬면서 B군을 돌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평소에도 B군이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기저귀도 채우지 않고 발가벗긴 채 놔두기도 했다는 정 씨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정 씨 등이 평소 B군을 학대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 및 학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로 범행을 저질러 뚜렷한 기억은 없다면서도 범행은 모두 인정했다”며 “국과수 부검 결과와 추가 수사 등을 통해 아동학대 등에 대해서도 확인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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