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도 대표 사임 요구로 홍역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국내 정치도 요동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지고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등 집권 보수당 내 유력 인사들이 차기 총리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EU 잔류를 지지했던 야당 노동당에서도 제러미 코빈 대표에 대한 사임 요구를 둘러싸고 내분이 심화하고 있다.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보수당 내 소수파였던 브렉시트 찬성파가 국민투표 결과를 등에 업고 차기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고 진단했다. 특히 존슨 전 시장은 캐머런 총리의 후임에 가장 근접한 인사라는 평이다. 가디언은 “오래 전부터 총리가 되겠다는 정치적 야심을 보였던 존슨 전 시장이 EU 탈퇴 운동 주도로 정치적 입지를 굳혔다”고 평했다. 존슨 전 시장과 같은 진영에 선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도 당내 신망이 높아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힌다.
이들과 경쟁할 잔류파 인사로는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 앰버 러드 에너지 장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 등이 꼽힌다. 메이 장관은 브렉시트 찬반 진영의 중재역을 맡아 당내 분열을 적절히 수습했고, 러드 장관은 국민투표 직전 열린 TV 토론에서 존슨 전 시장의 대항마로 선전하며 각각 주목 받았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으로 총리 선거를 관장하는 ‘1922년 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고 선거 일정과 규칙을 확정할 예정이다.
노동당에선 코빈 대표가 이날 자신에 대한 사임 운동을 주도한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무장관을 전격 해임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벤 장관은 다른 예비내각 장관들을 상대로 코빈 대표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으고 코빈 대표가 불신임 투표 결과에 불복할 경우 내각 동반 사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4일 노동당 의원 2명이 “무성의한 EU 잔류 운동으로 지지층 표심을 잡지 못했다”며 대표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등 코빈 대표는 당내 퇴진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노동당은 27일 의원 회의를 열어 대표 불신임안을 투표에 부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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