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에 즈음하여 독일 정치의 한 장면을 되새긴다. 바로 2005년 사민당 슈뢰더와 기민당 메르켈 정권 교체다.
독일은 통일 이후 저성장, 고실업에 허덕이며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노동자층을 대변하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하르츠(Hartz) 입법을 필두로 ‘아젠다 2010’이라는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한다. 하지만 그 역풍으로 2005년 총선에서 중산층 기반의 앙겔라 메르켈에 패배한다. 메르켈 총리는 취임식에서 슈뢰더의 ‘아젠다 2010’ 승계를 선언했고 독일은 성장과 고용률을 회복하면서 ‘유럽경제의 구원투수’를 자임할 정도로 신속한 경제 재도약을 이뤄낸다. 그로부터 10년 후 2015년 9월 슈뢰더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한때 정적이던 메르켈에게 경의를 전한다.
독일의 위기 극복 사례가 주는 교훈은 바로 ‘골든타임’과 ‘정책연속성’의 중요성이다.
우리 정책현장에는 더 미룰 수 없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 25일 행정예고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 있다. 1983년부터 역대 모든 정부에서 9차례 추진되었으나 무산됐고, 더 미룬다면 2019년부터 전력생산의 30%에 이르는 원전을 차례로 세워야 할 절박한 형편이다.
정부 행정예고 다음으로는 국회의 후속법안 입법이 따라야 차질 없는 정책추진이 가능하다. 이렇듯 시급한 현안들이 정쟁과 정략에 휘둘린다면 그 피해는 국가경제와 민생에 악영향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20대 국회에서 결코 미뤄선 안 될 정책 현안으로 ‘고준위 방폐물 정책’ 후속법안을 적시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국민안전혁신 차원의 선제 대응이 절실한 사안이다. 19대 국회에서 국민안전혁신특위 안전관계법령정비소위원장으로서 원전안전혁신 차원에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함을 절감했고 이에 꼭 필요한 ‘방사선 카운슬러’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둘째 방폐장을 둘러싼 갈등은 한국 사회갈등의 상징적 현안이다. 따라서 이번 ‘안전관리 로드맵’을 필두로 갈등 해소의 모범적 선례를 남겨야 한다. 국가경쟁력 향상의 필수조건으로 한국사회의 갈등 해소를 주장해온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연간 국민 1인당 GDP의 약 27%, 즉 1인당 약 900만원의 갈등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원전갈등 해소를 위한 국회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합의와 상생의 정책모델을 향해 노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방폐장을 둘러싼 정책은 역대 정부 모두 연속성을 가지고 여야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2004년 부안사태 이후 중저준위와 고준위 관리시설 분리 추진과 2005년 중저준위 부지선정 성과를 거두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근거를 마련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부터 20여 개월간 공론화를 추진했다. 무엇보다 역대 정부와 국회에서 정책 연속성에 주목하면서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고 2015년 6월 정부에 권고안 제출, 이에 근거한 관리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왔다.
고준위 방폐물은 1978년 원전가동 이후 유류파동 극복을 비롯,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원자력 발전으로 배출된 폐기물로 당연히 제때 처리해야 마땅하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다짐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국가와 민생의 절박한 현안들이고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쟁과 정략이다.
목전에 시급한 가계부채, 청년일자리문제, 부실기업 구조조정 현안 등은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의 회복을 위해선 절대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될 시급한 현안들이다. 또한 미래 국가 경쟁력을 향한 정책과제 발굴과 추진 또한 여야를 초월해 정책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절체절명의 현안들이라는 점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이명수 새누리당 국회의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