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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 칼럼] 신공항 건설 문제와 지역주의 장래

입력
2016.06.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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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건설 문제가 허탈한 결론으로 끝나면서 남긴 과제는 이번 결정 과정이 앞으로 영남권 정치적 향배에 미칠 영향일 것이다. 특히 TK와 PK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해 왔던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지역주의에 기댄 영남권의 고정적 지지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가.

한국정치에서 지역주의는 신공항건설문제 이전부터 쇠락의 신호를 보여왔다. 가장 가깝게는 4ㆍ13 총선이다. 여당의 참패를 처음부터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180석 운운하던 정당이 122석의 소수 정당으로 전락하였다. 현상적으로 여당 지도부와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사태가 직접 원인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그 근본 원인은 야당의 분열에서 찾아야 한다. 야당의 분열은 정치 공학적으로는 여당의 승리를 보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야당의 분열은 곧바로 여당의 오만을 초래했고 그 오만이 볼썽사나운 공천 행태를 유도했다. 이는 정치가 공학적으로만 이해될 수 없고 약자의 움직임이 가져오는 의도하지 않은 영향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약자도 그 물리적 힘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례였다

이렇게 지난 총선은 거대 정치집단 내 정치 동지들 사이에서 분열을 일어키는 계기가 되었다. 호남권의 국민당 지지는 호남 지역주의 종말의 시작으로 볼 수 있고 새누리당에서도 지역 패권주의자들과 이를 극복하려는 그룹 사이에 분열이 초래되었다. 4ㆍ13 총선은 한마디로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재촉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대중적 차원에서는 이미 지역주의를 약화하는 싹이 오래전에 잉태되었다. 그것은 한국의 바뀐 정치경제적 상황과 세계화 영향의 결과다. 외환 위기를 겪은 한국경제체제는 더 이상 국가 주도적 결정에 따라 특정 지역을 배려하기 어렵게 되었다. 국가의 역할과 자주성이 축소된 것도 있지만 국가가 도와준다고 하여 된다는 보장도 없는 국제경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다른 한편 세계화의 국내 경제적 영향은 호남이든 영남이든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미치게 되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영남에 한국 경제의 주축인 중공업 산업단지가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지역적 특징은 한때는 상대적으로 잘나갔을지 모르나 세계화와 개방화 이후 갈수록 격심해지는 경쟁과 국제적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으면서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왔고, 이 결과 영남지역은 심각한 실업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구지역 역시 전통적으로 섬유 산업 중심 도시였지만 섬유 산업 사양화 이후 국가의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세계화의 영향은 국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 영남지역 내에서도 세계화의 영향에 따라 사회적 분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높고 특정 정권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몰아주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변한 국제경제ㆍ정치적 상황은 정치인들 사이에도 다양한 시각을 초래할 것이고 벌써 이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당의 분당과 여당 내 분열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보인다.

이번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TK와 PK 간의 갈등이라는 측면도 있겠으나 보다 전반적으로 이전과 같이 국가의 지역사업 대한 일방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주의가 국가의 특정 지역에 대한 배려에서 초래되었다면 이번 사태는 세계화의 지역적 영향과 함께 국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 지역주의의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향후 한국경제와 사회적 상황은 ‘초(超) 지역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틀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완전한 탈지역주의도 아니고 정책정당도 아닌 어정쩡한 정치구조는 조속히 사라져야 한다. 대외경제에 노출된 한국경제체제와 이를 반영하는 공정한 사회갈등 해결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과 비전을 갖춘 지도자와 정당의 출현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없다면 한국사회는 지금처럼 표류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한국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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