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측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 결과에 따라 영국에 신속한 탈퇴 협상 개시를 촉구했다. 브렉시트 투표 전만해도 EU는 영국의 잔류를 강하게 호소했지만,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라 유럽 경제가 출렁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조속한 탈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독일 ARD 방송과 인터뷰에서 “영국 국민이 EU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영국 정부가 브뤼셀에 탈퇴를 알리는 서한을 보낼지 결정하는 데 10월까지 기다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융커 위원장은 또 “탈퇴 협상이 즉각 시작되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한 뒤 “원만한 이혼은 아니다”라고 말해 탈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독일 사회민주당 출신인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영국이 정치 싸움에 유럽은 인질로 삼고 있다”고 비난한 뒤 “조속히 떠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슐츠 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EU 변호사들이 (브렉시트 절차를 바로 개시하기 위해)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에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한지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불필요하다”며 “영국 보수당의 싸움에 유럽 전체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협상 개시가 영국 정부의 손에만 달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영국이 10월까지 기다리고 싶다고 하는 일방적인 선언도 염두에는 두겠지만, 그것이 영국의 최종 입장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과 융커 집행위원장, 슐츠 의장,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전날 브뤼셀에서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향후 탈퇴 절차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영국 정부가 국민의 이번 결정을 조속히 발효되도록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는 10월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며 “EU 탈퇴 협상은 새 총리가 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한 데 반대 입장을 표시한 것이다.
EU 헌법 성격인 리스본 조약에 따르면 EU를 탈퇴하는 회원국은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이 시점으로부터 2년 동안 EU와 새로운 협정을 맺는 협상을 벌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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