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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북아일랜드의 동화’, 영웅 베일이 짓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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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북아일랜드의 동화’, 영웅 베일이 짓밟을까

입력
2016.06.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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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6의 길거리 응원 모습. 조별리그를 마친 유로 2016은 25일 오후 10시 스위스와 폴란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16강 열전에 돌입한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유로 2016의 길거리 응원 모습. 조별리그를 마친 유로 2016은 25일 오후 10시 스위스와 폴란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16강 열전에 돌입한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유로 2016 개막 이후 하루도 빼 놓지 않고 축구를 봤다. 조별리그가 끝나고 이틀간의 휴식 때문에 축구 중계가 없으니 뭔가 하루가 굉장히 허전하고 길다. 이제 드디어 16강이다. 16강 대진표를 보게 되면 음…. 뭐랄까?? 흔히 말하는 약체 아니면 한 번도 우승을 못해본 국가들에게도 기회를 주자고 합의를 본 것처럼 대진표가 짜였다. 한쪽에는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같은 팀들이 서로를 떨어뜨려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반면 반대쪽에는 웨일스, 북아일랜드, 스위스, 폴란드 같이 비교적 유럽의 축구 약체들이 자리 잡았다.

유로 2016 16강 대진. 대진표상 오른쪽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잉글랜드 등 강팀이 쏠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유로 2016 16강 대진. 대진표상 오른쪽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잉글랜드 등 강팀이 쏠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스위스vs폴란드 - 25일(토)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기준)

스위스는 예선전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알바니아와 루마니아, 프랑스와 경기에서 1승2무를 거뒀다. 일단 3경기에서 단 1실점 밖에 안 한 것이 눈에 띈다. 예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얀 소머(28ㆍ묀헨글라드흐) 골키퍼와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의 주전 오른쪽 수비수인 스테판 리히슈타이너(32)가 이끄는 4선 수비 그리고 그 앞에 다음 시즌부터 아스널에서 뛸 그라니트 샤카(24)가 버티는 미드필드는 유럽의 톱 수준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홈팀 프랑스와의 경기를 무실점으로 버텨 낼 만큼은 안정돼있다.

문제는 공격이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프루트 소속의 하리스 세페로비치(24)가 예선 두 경기에서 완벽한 골 찬스 4~5개를 놓치면서 스위스는 항상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스위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19살의 브릴 엠볼로(바젤)를 최전방에 투입했지만 그 역시도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결국 스위스는 어떻게 하면 골을 넣을 수 있을지 그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쿠바'라 불리는 폴란드의 미드필더 야쿱 블라지코프스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쿠바'라 불리는 폴란드의 미드필더 야쿱 블라지코프스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폴란드는 스위스가 하고 있는 공격수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레반도프스키(28ㆍ바이에른 뮌헨)가 있다. 예선에서는 무득점이었지만 그 수준의 공격수는 때가 되면 반드시 골을 넣어준다. 레반도프스키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라서 폴란드 공격은 더 무섭다. 상대 수비들이 ‘레비’(레반도프스키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에게 집중 할 때 그 옆에 지난 시즌 아약스에서 21골을 넣은 아르카디우쉬 밀릭(22),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쿠바’(야쿱 블라지코프스키를 줄여서 쿠바라고 부른다)에게 찬스가 많이 온다. 쉽게 말하면 폴란드는 경기를 결정 지을 수 있는 공격 자원이 스위스 보다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폴란드의 우세를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웨일스vs북아일랜드 ? 26(일) 오전 1시

단순히 선수 이름만 보고 경기를 예상하면 당연히 웨일스가 쉽게 이겨야 하는 경기다. 웨일스는 사상 첫 유로 출전에서 바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형님 격’인 잉글랜드를 조 2위로 밀어냈으니 선수들의 사기는 더 올라갔다. 몸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선수 중 한 명인 가레스 베일(27ㆍ레알 마드리드), 아스널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아론 램지(24), 우리나라 국가대표 (기)성용이의 스완지시티 동료인 주장 애쉴리 윌리엄스(32)까지. 대다수 선수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슈퍼스타’ 베일은 예선 전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면서 컨디션이 최고에 올라있는 상태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웨일스를 과연 북아일랜드가 이길 수 있을까. 3월 평가전에서 두 팀은 이미 한번 만난 적이 있다. 결과는 1-1 무승부. 평가전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북아일랜드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걸 웨일스 선수와 팬들은 느꼈을 것이다. 마이클 오닐(47) 북아일랜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40명의 선수만 프로로 뛰고 있는, 선수 자원이 한정 되어 있는 아주 작은 나라다. 나는 Fleedwood Town(플릿우드 타운), Burton Albion(버튼 알비온), Morecambe(모어캠비) 같은 팀에 가서 선수를 찾았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방금 그가 말한 3팀 모두 난 태어나서 처음 들어 봤다. 하하하!!!! 그만큼 북아일랜드는 유로 본선에 나온 것 그리고 16강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이미 대박이다. ㅋㅋㅋㅋ.

웨일스 가레스 베일(가운데)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웨일스 가레스 베일(가운데)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축구에서 많은 이변이 일어날 수 있지만 나는 왠지 북아일랜드의 동화 같은 스토리를 베일이 끝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로에 처음 출전한 두 나라 중 어느 팀이 계속 신데렐라 꿈을 꿀 수 있을까. 빨리 보고 싶다.

크로아티아vs포르투갈 26일(일) 오전 4시

델 보스케(66) 스페인 감독은 크로아티아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스페인 다음으로 누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한 뒤 크로아티아라고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기자들이나 팬들은 경기 전 형식적으로 상대 팀을 칭찬하는 답이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가 스페인을 이기면서 델 보스케 감독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증명이 됐다.

크로아티아의 핵심 선수 루카 모드리치(10번)가 동료들과 훈련장에 들어서는 모습.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크로아티아의 핵심 선수 루카 모드리치(10번)가 동료들과 훈련장에 들어서는 모습.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크로아티아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중원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루카 모드리치(31)와, 이반 라키티치(28)가 경기를 이끈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두 선수 모두 주전으로 뛰며 경험이나 실력은 증명이 됐다. 이 두 선수가 경기 운영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경기력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사실 발칸 쪽 선수들의 기량은 정말 좋다. 나도 독일에서 선수 생활 할 때 많은 발칸 쪽 선수와 같이 뛰어봤다. 기술과 피지컬을 항상 모두 갖춘 것이 이들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멘털이다. 경기가 조금 안 풀리거나 팀 동료가 약간만 불만을 표출하면 바로 이기적으로 변한다. 수비를 안 해주고 패스를 안 한다. 그러나 이번 예선전에서 크로아티아는 그런 문제는 없는 보였다. 주장 다리요 스르나(34)와 모드리치, 라키티치가 팀을 아주 잘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포르투갈은 3무로 16강에 진출 했다. 아직 승리는 없지만 이번 유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낸 팀이다. 슈팅도 가장 많이 한 팀이다. 헝가리와 예선 마지막 경기는 골 가뭄에 시달리던 이번 유로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줬다.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훈련하는 모습.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훈련하는 모습. EURO 2016 페이스북 캡처

포르투갈하면 곧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다. 아무리 나니(30ㆍ페네르바체), 히카르두 콰레스마(33ㆍ베식타스), 주앙 무티뉴(30ㆍ모나코) 같이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결국 포르투갈은 호날두다. 예선 첫 두 경기에서 호날두를 향한 비난은 도가 조금 지나쳤던 것 같다. 기자의 마이크를 빼앗아 호수에 던지는 장면은 아무리 호날두라도 자신을 향한 비난에 의연할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또 한 번 증명을 했다. 왜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 중에 한 명인지.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넣은 두 골은 모두 그림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했다.

스타와 평범한 선수의 차이는 팀이 어려울 때, 자신이 어려울 때 극명히 드러난다. 독일의 전설적인 골키퍼 올리버 칸(47)은 “호날두 같은 슈퍼스타들은 비난이 자신에게 쏟아지면 움츠려 들거나 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더 뛴다”고 했다.

시동이 걸린 호날두의 포르투갈과 적어도 스페인전 이후에 진짜 우승 후보 중에 한 팀이 된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는 첫 날 열릴 16강 중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경기다.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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