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바다의 허파' 산호초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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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바다의 허파' 산호초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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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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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벨리즈의 아름다운 산호섬 키 코커의 산호초가 새하얗게 백화 돼 있다. 이 지역 320km 연안의 산호들은 모두 백화 돼 산호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벨리즈=로이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호초 군락인 호주 북동쪽 해안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ㆍ대산호초)’. 약 2,253km에 달하는 해안은 400여종의 산호초와 1,500여종의 바다거북, 상어 등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이다. 아름다운 산호초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 무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곳을 찾은 잠수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중부 및 남부 대산호초의 대부분이 새하얗게 탈색돼 거대한 ‘산호초의 무덤’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약 33%의 산호초가 이미 집단 폐사했다. 호주 국립산호초백화대책위원장인 테리 휴즈는 “태풍 10여개가 한꺼번에 덮친 것 같다”며 “이 같은 규모의 백화(白化ㆍbleaching) 현상은 사상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 잠수부가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지역의 백화된 산호초를 가르키고 있다. 호주=로이터

생태계 대재앙 초래하는 산호초 백화

해양생태계의 보고인 산호초가 지구 온난화로 최악의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 따르면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섬에서 인도네시아 동쪽 연안,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 연안까지 인도양과 태평양, 대서양 등 거의 모든 바다에서 산호초가 심각한 백화 현상을 겪고 있다. 호주국립대 생태학자 로저 브래드버리 교수는 “현재 산호초 지대는 좀비 지대와 다름 없다”며 “한 세대 내에 멸종할 수 있다”고 NYT에 경고했다.

백화현상은 바닷물 온도가 올라 산호와 공생하던 주산셀라(Zooxanthellaeㆍ편모조류의 일종)가 떠나며 발생한다. 산호에 보금자리를 튼 주산셀라는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 대신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산호에 공급하다. 하지만 수온이 높아지면 산호가 스트레스를 받아 주산셀라를 뱉어내고 새하얀 골격만 드러난다. 공생이 오래 끊기면 산호는 결국 영양부족으로 폐사한다.

과학자들은 사상 최악의 산호초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국립해상공원인 남태평양 자비스섬의 산호는 95%가 폐사해 산호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호주 대산호초 지대의 북부 지역은 96%의 산호초가 백화 피해를 겪고 있다. 호주 퀸즈랜드대 글로벌 체인지연구소의 오베 굴드버그 박사는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38%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호초의 집단 폐사는 생태계에 ‘재앙’적 피해를 부른다. 산호초는 주산셀라를 통해 해양에 산소를 공급하는 ‘바다의 허파’다. 단위면적당 산호초의 광합성능력은 열대 지방 밀림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산호초 군락이 만들어내는 산소와 영양분은 작은 바다생물의 먹이가 되고, 작은 바다생물은 더 큰 포식자의 먹이가 돼 해양생태계를 구축한다.

때문에 산호초 군락은 해양 면적의 0.1%에 불과하지만 물고기, 해면동물, 무척추동물, 해양조류, 갑각류 등 해양생물 25%에 서식지를 제공하는 ‘해양의 인큐베이터’로 불린다. 인류가 먹는 물고기의 20~25%도 산호초 부근에서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호초의 폐사가 생태계 파괴의 서곡으로 불리는 이유다. 루스 게이트 하와이 국제산호초연구회 회장은 “산호초는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시급히 알려야 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산호초 폐사는 수천만명의 생업과도 연관된다. NYT는 “약 3,000만명의 어부들이 산호초 군락에 생업을 의지하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만 10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신문은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산호초에 의해 모여든 물고기가 단백질의 주요 원천”이라며 “일부 의약품은 산호초를 주 원료로 한다”고 언급했다.

전세계 공동 대응 필요 목소리

산호초 백화의 원인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는 ‘엘니뇨’ 현상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엘니뇨는 1998년 2010년에도 산호초 백화를 일으켰지만, 2014년 다시 시작되며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다. 자연보호연합의 메간 존슨은 “2010년 백화된 산호초가 재생할 시간도 없이 다시 엘니뇨가 찾아왔다”며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굴드버그 교수는 “2014년 엘니뇨에 따른 피해는 산호초 전체의 16%를 폐사시킨 1998년 피해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환경오염도 산호초를 고사시키는 원인이다. 농업ㆍ목축 폐수와 해안지대 난개발로 인한 산업 폐기물의 해양 유입은 산호초 불모지를 확대한다, 수산물 남획으로 산호초의 생존에 필요한 수상생물의 씨도 말라가는 추세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폭증은 수중 산성도를 높여 산호초에 치명적인 환경을 야기한다. 바다의 바닥을 긁어 버리는 저인망식 어업도 산호초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과학자들은 산호초가 멸종할지 모른다는 비관론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 일부 산호초들이 수온 상승에도 적응하는 점에 착안해 과학자들은 ‘슈퍼 산호초’를 배양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2만3,000피트(7,010m) 상공에서 세계 전역에 퍼진 산호군락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에릭 호츠버그 버뮤다해양연구소 연구원은 “한 산호초 군락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산호초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의 노력과 달리 국가나 범정부 차원의 대응은 미비하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호주 대산호초를 멸종 위험목록에 올리려다 호주 정부의 로비로 무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호주 정부가 지역 관광산업 침체를 우려해 그레이트 베리어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테리 휴즈 호주 국립산호초백화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우리가 1998년부터 제공하는 정보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내가 느끼는 감정은 슬픔보다 분노에 가깝다”고 미국 ABC방송에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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