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직접 대국민 사과
수은은 보도자료 이메일 배포
수은에 부을 공적자금 더 많은데…
조선ㆍ해운업종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책임론에 휩싸이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양대 국책은행(산업ㆍ수출입은행)이 약속한 듯 23일 나란히 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두 기관은 공통적으로 조직개혁 방안과 낙하산 근절대책 등을 혁신방안에 담았는데요. 하지만 발표 방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산은은 이동걸 회장이 직접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혁신방안을 발표한 반면, 수은은 같은 날 아침 예고 없이 혁신방안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하는 것으로 발표를 갈음했습니다. 심지어 수은은 보도자료에도 발표 배경 설명의 주어를 이덕훈 행장이 아닌 ‘수은 관계자’로 달았습니다. 이처럼 이덕훈 수은 행장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본격화한 구조조정 국면에서 철저히 존재감을 감추고 있는데요. 그는 내달 1일 수은 창립 40주년 기념식도 기자 간담회 없이 조용히 치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덕훈 행장의 책임이 이동걸 회장보다 가벼워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덕훈 행장은 최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추가 지원 결정(지난해 10월)의 의사결정자 중 한 명입니다. 이와 달리 이동걸 회장은 올 2월 취임해 과거 구조조정 실패 논란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는데요. 그럼에도 기자회견장에서 “작금의 상황은 모두 산은의 역사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현직인 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사과했습니다.
수은 일각에선 “구조조정 실패 논란의 핵심인 대우조선 감독 실패의 책임이 산은에 있는 만큼 산은이 전면에 나서 사과하는 게 맞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의 규모를 따져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해 산은과 수은에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 규모가 총 5조~8조원이라고 밝혔는데요. 상황이 괜찮을 경우(5조원)엔 두 기관에 투입될 자금 규모가 비슷하지만,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재무 여건이 더 나빠질 경우(8조원)에는 수은에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이 산은보다 많아지게 됩니다. 아직 장부상으로는 괜찮은 현대ㆍ삼성중공업 등에 빌려준 돈이 수은이 산은보다 훨씬 많아서입니다.
물론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고개를 숙여야만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다고는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조용하더라도 내실 있는 쇄신 방안을 만들어 실천하면 됩니다. 하지만 수은이 내놓은 혁신방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박한 평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덕훈 행장은 최소한의 성의는 물론 내실도 놓친 것 같습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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