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에 묶어 놓고 개를 키우던 시절에는 개에게 밥만 잘 주면 되는 줄 알았다. 산책이나 목욕을 시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마당에서 살던 개가 실내에서 생활하며 장난감이 아닌 인생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의 반려견으로 불린다. 요즘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반려견에게 즐거움을 주고 아픈 개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반려견용 장난감이다. 스웨덴의 반려견용 장난감 개발업체인 니나 오토슨의 최고경영자(CEO) 니나 오토슨은 반려견의 두뇌 개발을 위한 장난감을 개발해 판매한다. 이들이 만든 제품은 전세계 30개국에서 수백만개 이상 팔렸다.
니나 오토슨의 장난감은 반려견이 코나 발, 머리 등을 이용해 블록과 디스크를 들어내거나 밀어내며 숨겨 놓은 간식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메일로 인터뷰한 오토슨 대표는 “사람들은 개들이 육체적 운동만큼이나 정신적 활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개들이 정신적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게 되면 말썽을 부리는 문제견들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오토슨 대표가 반려견 장난감을 개발하게 된 것은 1990년 두 아이를 낳은 뒤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부비에 데 플랑드르 종 두 마리를 위해 실내나 실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퍼즐 형태의 반려견 장난감을 연구했다. 그는 “어디서든 갖고 놀기 편하도록 개의 본능과 행동을 고려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니나 오토슨 제품은 반려견의 연령과 품종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고난이도 제품은 어려운 문제를 풀수록 성취감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개들에게 적합하다. 오토슨 대표는 “사람들이 퍼즐을 할 때 적당한 난이도로 즐겨야 재미있는 것처럼 개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때 사람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오토슨 대표는 “개가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사람이 개에게 문제 해결에 실마리가 될 만한 방법을 알려주고 해결하면 반드시 칭찬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난감 개발은 오토슨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이를 토대로 3차원 모델을 만들어 개들에게 시험을 해 본 뒤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본격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또 개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독성이 없고 내구성이 강한 플라스틱이나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다.

국내에서 나온 지능 개발 반려견 장난감은 칭찬교육으로 유명한 강형욱 훈련사가 개발한 ‘코담요’가 있다. 가로 세로 각각 1m 크기의 담요에 간식을 숨겨 놓고 개들이 냄새를 맡아 찾아내도록 만든 제품이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 첼시, 다올, 바로가 실내에서도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이 제품을 시험해 보며 개발했다. 처음에는 반려견이 눈으로 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뒤 점차 난이도를 높여 코를 사용해 찾도록 조절하면 된다. 그는 “개들은 무엇을 찾을 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며 “코로 냄새를 맡아 찾아내는 노즈워크는 반려견의 뇌활동을 촉진시키고 정신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개들을 위한 휠체어와 보조기구도 있다. 펫츠오앤피는 2013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려동물용 휠체어와 의족을 만들고 있다. 김정현 대표는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인공신체를 만들어 주는 의지보조기 기사로 활동하다가 해외에서 널리 쓰이는 반려견용 보조기들이 국내에 없는 사실을 알고 이를 제작하게 됐다.
제품은 의족, 보조기, 휠체어 등 20여가지다. 가격은 사람의 목발에 해당하는 관절 보조기의 경우 40만~80만원대, 휠체어는 약 100만원이다. 비싼 편이지만 매달 제작 의뢰가 40~60건씩 들어온다.
지난 23일에도 부산에서 올라온 최성은(21)씨가 슬개골과 십자인대가 파열된 반려견의 무릎 보조기를 제작하기 위해 서울 양평동 펫츠오앤피 사무실을 찾았다. 최씨는 “반려견의 다리 근육을 키우는 동안 통증을 줄여주고 다리를 보호하기 위한 무릎보조기가 필요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의료 기술이 발달해 노령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여주려는 반려인들로부터 보조기 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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