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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가벼운 장애

입력
2016.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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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몇몇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안면인식장애가 있다. 그로 인해 웃어넘기지 못할 일이 이따금 생긴다. 언젠가는 1년 넘게 본 사람을 앞에 놓고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해 상대방을 질리게 한 적도 있었다. 같은 대문을 쓰며 살던 집주인을 알아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 명절이라 혼자 한적하게 마당에 서 있을 때 귀향하다 잊은 것이 있어 되돌아온 그가 집주인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대문을 사이에 두고 문을 좀 열어달라고 사정하던 그는, 내게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는 불한당일 뿐이었다. 급한 마음에 담장을 넘는 그를 강도라고 단정해 결국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왜 몇몇 사람들에게만 그런 증세가 나타나는지 의문스러워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고 싶어진다. 그 또한 열정이 있어야 되는지 늘 마음뿐이고, 종류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장애를 보며 적잖은 위로를 받는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공간 감각이 전혀 없는 길치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여럿 있다. 그들은 늘 목적지의 반대 방향으로 가서 길을 잃고 헤맨다. 열 번 스무 번 가봤던 장소로 가면서도 늘 다른 곳으로 향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웃고 있으니, 그들 또한 나를 보며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아무튼 서로의 약점을 보며 웃을 수 있으니 우리의 장애는 지루한 일상에 더해지는 탄력 같은 것.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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