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3년 뒤 GDP 최대 5.5% 감소
비관세 혜택 사라져 年25조 손실
EU 최대 경제국 독일 타격 커
GDP 성장률 내년에 0.5%p 하락
EU 수출 2위 中 거대한 악재
한국 등 신흥국 연쇄 파장 우려
각국 통화정책도 수정 잇따를 듯
美 나홀로 금리인상 제동 관측
유럽ㆍ日 양적완화 속도낼 듯
국제금융시장 불안 지속 전망
23일(현지시간)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ㆍBrexit)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엄청난 장애물을 만났다. 영국의 경제 충격에 더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과 중국의 경기둔화까지 심화되면서 장기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을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 홀로 금리 인상 행보를 보여온 미국의 통화정책에도 급제동이 걸릴 공산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 가결로 인한 경제 충격은 영국ㆍEU→미국ㆍ중국→신흥국으로 이전되며 세계 경제 동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당사자인 영국은 ▦국내 총생산(GDP) 감소 ▦대외무역 부진 ▦외국인 투자 감소 ▦금융 경쟁력 추락 등의 위험을 떠안게 됐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렉시트로 2019년 영국의 GDP가 기존보다 최대 5.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영국이 그간 EU 구성원으로서 누려온 비관세 혜택이 사라져 무역에서만 매년 145억 파운드(약 25조2,200억원)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대(對) EU 무역 비중은 44%에 달한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영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에 이어 EU 회원국 중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영국이 빠지게 되면서 EU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타격도 엄청나다.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브렉시트로 인해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GDP 성장률이 올해 0.1%포인트, 내년에는 0.5%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의 전체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다.
EU 경제 위축은 미국, 중국 등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G2에도 직격탄이다. EU 수출 비중은 미국(16.9%)과 중국(15.8%)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다. 특히 경기 둔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중국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고속성장 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3년 7.7%→2014년 7.3%→2015년 6.9%→2016년 1분기 6.7%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당연히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등 다른 신흥국 역시 연쇄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미국 역시 안전자산으로의 급격한 돈 쏠림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브렉시트가 미국 경제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는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도 바꿔놓을 공산이 적지 않다. 당장 9월 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스케줄표는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의 충격이 장기화하면 미국이 긴축 행보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앞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부진한 고용 지표와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준 회의가 7월, 9월, 11월, 12월 등 4차례 남았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12월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유럽, 일본 등은 돈 풀기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를 우려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욱 낮출 가능성이 높다”며 “ECB가 돈을 더 풀면 유로화 약세로 국제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역시 브렉시트를 이유로 보류해온 추가 양적완화를 다음 달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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