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도전에는 늘 양면성이 있지 않나.”
지난 15일 떠난 마틴 레니(41) 감독에 이어 K리그 챌린지(2부) 서울 이랜드 FC의 지휘봉을 잡게 된 박건하(45) 신임 감독이 힘줘 말했다.
서울 이랜드는 “박건하 국가대표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까지 2년 6개월이다.
박 감독과 서울 이랜드의 인연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이랜드가 프로화 되기 전 실업 구단 시절 팀의 간판 스타였다. 1994년 말 전남 드래곤즈 구단이 프로로 창단할 때 억대 연봉을 제시 받기도 했지만 ‘우리도 곧 프로로 가니 조금만 함께하자’는 당시 이영무 감독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팀에 남았다. 이랜드의 프로화는 결국 무산됐고 박 감독은 1996년 명문 수원 삼성에 입단해 2006년 은퇴할 때까지 292경기 44골 27도움을 기록했다. 입단 첫 해 14골 6도움을 올리며 신인왕을 받았고 16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수원 전성시대의 주역이었다. 국가대표로도 21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다.
은퇴 후 수원 코치를 지냈고 수원 산하 유스 클럽인 매탄고 감독 시절 현재 올림픽대표팀의 간판선수 권창훈(22)을 지도했다. 홍명보(47)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 코치로 합류해 2012년 런던올리픽 동메달에 힘을 보탰고, 2014년 9월부터 국가대표 코치로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을 보좌해왔다.
박 감독은 10년 주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1996년 처음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에 올랐고 2006년부터 플레잉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 해에 딸 민영 양이 태어나는 경사도 맞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랜드를 떠난 지 햇수로 꼭 20년 만인 올해 친정 클럽에서 처음 프로 사령탑을 맡았다. 박 감독은 서울 이랜드의 제안을 받고 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라 적지 않게 고심했다. 하지만 “내 축구를 구현해볼 기회라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의 도전을 응원해줬다. 박 감독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젊은 감독이 너무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선수들 말에 귀를 잘 기울여 소통하면서 평소 생각했던 철학을 실천해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25일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한 뒤 29일 강원FC와 홈경기부터 정식으로 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이랜드는 20승5무6패(승점 20)로 챌린지 리그 7위를 달리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