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적인 만남이다.
유로 2016 16강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는 26일 오전 1시(한국시간) 파리 파르크 데 프린스에서 열릴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의 대결이다. 영연방 4팀 가운데 축구 종주국이자 큰형님 격인 잉글랜드에 밀려 만년 변방신세였던 두 팀은 유로 대회에 처음 나와 16강까지 오르는 역사를 썼다. 둘 중 하나는 8강 무대까지 밟는다. 16강 대진표를 보면 웨일스와 북아일랜드가 속한 그룹은 결승까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등 전통의 강호를 모두 피했다.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은 약체 팀)의 반란이 심상찮아 보인다.
베일 vs 라퍼티
웨일스의 ‘총알 탄 왼발 슈터’ 가레스 베일(27ㆍ레알 마드리드)과 ‘북아일랜드의 크라우치’ 카일 라퍼티(29ㆍ노리치시티)가 정면 승부를 펼친다. 베일은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왼발 킥을 갖춘,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슈퍼스타다. 라퍼티는 193cm의 큰 키에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해 과거 잉글랜드 국가대표 장신 공격수였던 피터 크라우치(35)를 연상케 한다. 두 선수 모두 유로 예선에서 각각 7골씩 터뜨린 팀 공격의 중심이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베일은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로 현재 득점 1위다. 골든 부트(득점왕)도 노리고 있다. 반면 라퍼티는 아직 무득점이다.
베일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웨일스의 조별리그 통과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우리는 3경기만 하고 끝나지도 않았고 집에 돌아가지도 않았다”고 호기롭게 외쳤다. 이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북아일랜드를 이기는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라퍼티는 “우리의 열정과 투지를 믿는다. 어떤 팀도 이길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베일은 훌륭한 선수이고 팀에 미치는 비중이 크다”면서도 “그들의 강점을 잘 파악해서 대비 하겠다”고 말했다.
공격 vs 수비
객관적인 전력은 웨일스가 낫다. 역대 전적에서 45승24무27패로 우위다. 특히 최근 8경기 맞대결에서는 웨일스가 4승4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북아일랜드가 웨일스에 승리한 건 1980년 웨일스 수도 카디프에서 열린 평가전(1-0)이 마지막이다.
조별리그에서도 웨일스가 한 수 위 기량을 보였다. 웨일스는 헝가리와 함께 가장 많은 6골을 넣었다. 3경기에서 37개의 슈팅을 때렸는데 이 중 21개가 유효슈팅이었다. 반면 북아일랜드는 3경기에서 2득점 2실점으로 수비가 강하다. 17개 슈팅 중 8개만 골문으로 향했다. 볼 점유율(44%대34%), 패스성공률(79%대67%) 모두 웨일스가 앞선다. 하지만 북아일랜드 선수들은 3경기에서 330km를 뛰어 321km의 웨일스보다 활동량이 좋았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걸로 기량의 열세를 만회했다는 의미다.
두 팀 다 메이저 대회 토너먼트를 치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때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모두 참가해 사이 좋게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웨일스는 브라질에 0-1, 북아일랜드는 프랑스에 0-4로 참패했다. 이후 웨일스는 한 번도 메이저 대회에 나오지 못했고 북아일랜드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진출했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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