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자금 36조원 美 이어 두 번째
유럽계 동반 이탈 땐 주가 휘청
한국 수출 英 비중 1.4%로 미미
탈퇴 이어지면 EU 수출 직격탄
마침내 현실로 다가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는 한국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유입돼 있는 100조원 이상의 유럽계 자금이 동시다발적으로 이탈할 경우 그 충격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이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파장은 미미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시장에서 영국 비중은 1.4%로 16위에 불과하다. 더구나 영국이 EU에서 실제 탈퇴하는 시점은 2년 후여서, 당장 영국 수출시장이 축소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연쇄 탈퇴 움직임 이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한국은 대(對) EU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출시장에서 EU의 비중은 지난해 9.1%로 중국 미국에 이은 3대 시장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41%로, 금액으로는 36조4,770억원에 달한다. 미국(39.8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브렉시트에 따른 불안감에 이 자금이 대거 유출될 경우 그 충격은 상당할 수 잇다. 더 큰 문제는 영국에 대한 위험노출액이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계 자금도 손실 만회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동반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역시 국내 증시에 30조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세계경제 불안 심리를 자극해 실제 충격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상황도 우려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달리 경제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특정국의 가입ㆍ탈퇴 문제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큰 이벤트는 아니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은 경제심리 하강을 촉발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안심리 확산 →소비ㆍ투자 감소 →세계경제 둔화 →한국 수출 감소’ 등의 도미노 파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로 얼마나 파급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을 3.1%로 잡았던 정부는 24일 오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성장률을 2.8%로 수정 제시했다가, 국민투표가 탈퇴로 결론 나자 부랴부랴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번복했다. 브렉시트가 미칠 경제적 파급을 좀 더 감안해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겠다는 것이어서 수정 전망은 더 하락할 수도 있다. 브렉시트 현실화가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는 단기 충격은 없을 것이라 보면서도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논평을 통해 “세계경제는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며 “영국과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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