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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떠난 EU 운명은? 프렉시트ㆍ넥시트 등 다음 차례

입력
2016.06.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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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3시에 시작된 가운데 사진은 22일 런던의 빅벤 앞에 유니온잭이 펄럭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3시에 시작된 가운데 사진은 22일 런던의 빅벤 앞에 유니온잭이 펄럭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탈퇴(브렉시트)를 도화선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탈출 도미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나의 유럽’을 기치로 EU가 창설된 지 23년만에 경제적 불합리, 국경 개방 등 지금까지 축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존속 자체가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각국 여론이 ‘반(反) EU’로 기우는 가운데 반이민 극우정당들은 앞다퉈 민심을 결집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EU회원국은 다름아닌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는 24일(현지시간) “우리는 재정ㆍ국경ㆍ이민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며 “내년 3월 총선 승리시 네덜란드의 EU 탈퇴(넥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이민, 반이슬람을 표방하는 네덜란드 자유당은 올해 들어 20% 전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원내 제3당이다. 네덜란드는 올해 1월 EUㆍ우크라이나 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에도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비준하지 않은 데다 국민 54%가 넥시트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어 ‘제2의 브렉시트’를 논할 때 최우선으로 언급돼 왔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과 프랑스에서도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EU 탈퇴 여론이 결집되고 있다. 프랑스 국민 55%가 EU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실시를, 41%가 탈퇴 지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반이민ㆍ반EU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에서도 (브렉시트와)동일한 결정을 내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회원국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해 온 스웨덴에서도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SD)이, 덴마크에서는 덴마크국민당(DPP)이 유사한 움직임을 이끌고 있다. 3개 정당 모두 15~20%대 지지율을 달성하고 있는 주류 정당이어서 이들 국가의 EU탈퇴도 충분히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남유럽 국가들은 이민자 수용 문제와 더불어 경제난을 이유로 탈EU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선두에 선 세력은 최근 첫 여성 로마 시장을 탄생시킨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M5S). 오성운동의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부대표는 브렉시트 투표 전날인 22일 “유로존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유로존 내 세 번째로 큰 시장을 가진 이탈리아는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전세계 5위(130%대)까지 치솟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교장관은 동유럽 최대 경제국인 폴란드를 ‘유럽 통합을 후퇴시키는 국가’로 지칭하는 등 탈EU 움직임은 점차 동쪽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EU 통합을 책임져 온 지도부는 속수무책으로 탈EU 도미노에 대한 걱정만 늘어놓고 있다. 유럽통합 과정을 지켜본 역사학자이기도 한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브렉시트가 EU뿐 아니라 서구 정치문명을 파괴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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