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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로봇인 저를 부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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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로봇인 저를 부숴주세요”

입력
2016.06.24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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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의 선택기준은 ‘홍익인간’ 정신이다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사용(use)의 여부로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언어와 불,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류문화를 발전시킨 3대 자산이다.

물론 개가 짖듯이 동물들도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아기들의 울음소리와 같이 단지 신호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한 침팬지 등 일부 동물들도 돌이나 나뭇가지 등을 도구로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엄밀히 말해 본능이자 지형지물의 활용일 뿐이다. 임팔라가 사자의 공격을 피해 바위 뒤에 숨었다고 해서 그 바위를 도구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는 이치다.

돌도끼를 만들던 인간이 이젠 우주선을 만들고, 알파고를 만들었다. 그런 도구가 거센 도전을 받은 적이 있다. 1810년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 즉 기계파괴 운동이다. 노동자들이 언어(대화) 대신 망치로 방적기를 부숴버린 사건이었다.

동물과 달리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 그 도구를 경계하기 시작하면서 숱한 사건과 사연이 인류사를 지배했다.

예를 들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큰돈을 번 노벨은 그것이 인명살상으로 변질되는 죗값을 치르기 위해 번 돈을 모두 토해냈다. 그 돈으로 1901년 스웨덴에 노벨상재단이 만들어지고,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에서 매년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을 선정해 상금을 주기로 했다. 그것이 노벨상이다.

인간의 도구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이 내재되어 있어야 존재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핵(核)이라는 불 역시 널리 인간을 위해 활용되어야 도구이지, 불장난의 무기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국제적 언어 합의로 북핵이 규제받고 있는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마차가지였다. 인류 대표선수로 참전한 이세돌이 4대1로 무릎을 꿇자 세계는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알파고가 로봇과 결합해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고 해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노벨상과 같은 홍익인간을 위한 장치는 분명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그것이 동물과 달리 언어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상형 남자친구가 필요한 평범한 회사원 ‘리이코’는 인간에게 실망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로봇인간. 자신의 이상형대로 얼굴, 목소리 등을 하나하나 소프트웨어프로그램에 따라 맞춤형으로 주문한 애인로봇 ‘나이토’가 배달되어 오면서 그녀는 행복해지는듯했다.

하지만 로봇 나이토는 리이코를 위해 떠나야 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무한사랑을 하고, 그런 남자친구로부터 보호 받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결국 비일상적인 삶과 무미건조함으로 가는 여성들의 욕심일 뿐이다.

“저를 완전히 부셔주세요. 저는 왜 로봇일까요? 리이코를 사랑하는 게 너무 괴로워요”

죽어가는 ‘로봇 나이토’가 ‘인간 리이코’의 행복을 바라며 남긴 마지막 대사다. 2008년 일본 후지TV가 방송한 드라마 ‘절대 그이(絶?彼氏)’의 달달한 스토리다.

애인로봇 ‘나이토’가 죽음을 택한다는 설정과 같이 널리 인간을 사랑하는 홍익인간 운동은 이제 산업사회의 모든 기계화 장치까지 폭넓게 적용시켜 나가야 할 때가 됐다. 인간에게는 동물의 감정과 전혀 다른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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