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사퇴에 결정적 중재안
비대위 보이콧 땐 3자회동 해법
“구렁이 담 넘어가듯” 냉소는 여전
새누리당에서 ‘정진석판 중앙선 정치’가 조명 받고 있다. 23일 권성동 사무총장의 자진사퇴로 ‘일괄복당’의 내분 위기를 넘긴 이면에 정 원내대표의 중재가 한몫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물론 당내 일각에선 그의 거친 행보를 두고 “사고 직전의 아슬아슬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권 사무총장의 사퇴 결단은 전날 정 원내대표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인 김선동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사무총장 교체 배경을 복당 결정이 아닌 당무 보좌에 대한 견해차로 하고, 후임 사무총장은 중립적인 인물로 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던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주 달리던 양측 모두에 퇴로의 명분을 제공한 협상력을 보여준 것이다.
취임 후 50일은 스스로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했듯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때마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다. 개혁 성향의 인사들로 야심차게 구성한 비상대책위ㆍ혁신위원장 인선안을 의결조차 부치지 못한 친박계의 ‘상임전국위 보이콧’ 사태가 첫 위기였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당내 양 계파의 수장 격인 김무성ㆍ최경환 의원과 ‘3자회동’에서 만든 ‘김희옥 비대위원장 안’을 대안으로 내놓으며 파국을 피했다. 탈당파의 복당 여부 역시 비대위 회의에서 주도적으로 통과시켜 계파 갈등의 뇌관을 건드렸지만, 납작 엎드린 ‘폴더 사과’로 김 위원장의 마음을 달랬다. 정 원내대표 측은 “방식은 다소 거칠었지만 계파 문제를 풀지 않고선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정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재벌 개혁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신보수선언’보다는 파급력이 약했지만, 보수 여당 원내대표로서 불평등과 분배의 문제를 건드린 건 진일보한 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여전히 정 원내대표에 냉소적인 평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중도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일련의 사태에 경위 설명도, 책임 규명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했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의원도 “모르면 묻기라도 해야 하는데 의견 수렴도 없다”며 “부글부글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 양 계파뿐 아니라 청와대와 당 사이에서 어떤 정치력을 보일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노선 개혁을 어떻게 이뤄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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