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성범죄 5년간 3배로 늘어
올해 상반기에만 178건 달해
현직 경찰관이 체포되기도
지난달 1일 밤 서울에서 부산행 KTX 열차를 탔던 20대 여성 A씨는 동대구역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옆자리에서 술 냄새를 풍기던 전모(72)씨가 자신의 둔부를 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열차를 자주 이용하던 A씨는 이날 받은 충격으로 지금껏 나홀로 기차 여행을 피하고 있다.
안전과 편리함의 대명사인 열차 성범죄 건수가 최근 5년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성범죄 규모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23일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59건이던 철도 성범죄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413건으로 2.6배 늘었다. 올해도 6월 현재 벌써 178건이 발생했다.
범죄 양상도 대담하고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14일 밤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던 서모(65)씨는 40대 여성 B씨 옆으로 바짝 다가가 앉더니 별안간 B씨 어깨에 얼굴을 들이대고 슬그머니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있던 B씨가 깜짝 놀라 피하려 했지만 서씨는 자는 척하며 비키지 않고 10여분간 그를 추행했다. 다행히 잠복 중이던 철도경찰대가 현장을 목격해 서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하지만 철도 성범죄는 처벌 수위가 약해 재범 경향이 높은 성범죄자들이 이런 틈새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검거된 성범죄 피의자 1,491명 중 구속 인원은 48명(3.2%)에 불과했다. 지난 4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된 현직 경찰관은 지난해 6,11월에도 성추행 혐의로 붙잡혔으나 불구속으로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경찰대 관계자는 “동종전과가 있는 상습 범죄 경력자에게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철도 범죄의 처벌 기준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철도경찰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성범죄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철도경찰대 정원은 426명. 이들이 하루 평균 300만명이 이용하는 코레일의 열차와 주요 역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담당하고 있다. 철도경찰 1인당 8,000명을 관리하는 셈이어서 예방은커녕 단속도 힘든 실정이다. 정용기 의원은 “열차는 편리하고 고품질 서비스가 가능해 성범죄와 무관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식하기 쉽다”며 “단속 인원을 확충해 지속적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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