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프라블럼(아무런 문제없다ㆍNo problem).”
신태용(46) 올림픽축구 대표팀 감독을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한국과 피지의 조별리그 1차전(8월 5일)을 꼭 50일 앞둔 날이었다. 한국은 피지에 이어 8월 8일 독일, 11일 멕시코와 격돌한다. 팬들은 4년 전 런던올림픽의 동메달 신화재현을 꿈꾼다. 부담이 크지만 신 감독 표정은 밝았다. 사진 요청에 “브라질 하면 역시 ‘따봉’(포르투갈어로 최고)이죠?”라며 엄지를 척 들었다. 냉철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되 인력으로 안 되는 부분까지 고민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비상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조 추첨식 때 브라질을 갔다 온 신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모기가 늪지대에 서식하는데 한국 경기가 열리는 장소(사우바도르, 브라질리아)와 멀리 떨어져 있다.
“장소가 마나우스(브라질 북서부 우림 지대)로 걸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일본이 조 추첨 보름 전에 브라질 전역을 돌아다니며 장소를 점검했는데 마나우스만 안 갔다더라. 근데 딱 걸렸지(일본은 마나우스에서 두 경기). 우리가 일본 이겨서 우승(올 1월 AFC U-23 챔피언십. 일본 우승, 한국 준우승)을 했으면 꼼짝없이 마나우스로 갈 뻔했다. 하하.”
말 나온 김에 당시 일본과 결승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한국은 2-0으로 앞서다가 후반 16분과 18분, 36분 실점해 2-3으로 패했다. 역전 당하기 전까지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지만 거짓말처럼 한 순간에 무너졌다. 신 감독에게 쓴 보약이 된 패배였다.
“사실 중앙수비 한 명을 전반 5분 만에 빼려고 했다. 일본 압박에 얼굴이 누렇게 떴더라. 전반 15분에 그 선수 코피가 터져서 자연스럽게 교체하려고 하니 울면서 ‘끝까지 할 겁니다’고 하더라. 마음이 찡해서 뛰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계속 뚫렸다. 큰 교훈이 됐다. 다신 정에 이끌려 실수 안 한다.”
만약 올림픽에서 일본을 다시 만난다면? 신 감독은 “그럼 가만 안 두지”라며 이를 갈았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3장은 손흥민(24ㆍ토트넘)과 장현수(25ㆍ광저우R&F), 석현준(25ㆍ포르투)으로 좁혀졌지만 합류시기 때문에 골치 아프다. 7월 18일 브라질로 출국 예정인 신 감독은 와일드카드도 함께 데려가고 싶지만 소속 팀들은 올림픽 개막 즈음에나 보내주겠다는 입장이다. 시차 적응과 조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감독은 “토트넘이 두 차례 친선경기를 하고 7월 말 손흥민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일주일이면 적응할 수 있다. 장현수도 7월 23일경 중국 리그 경기를 마치고 합류한다. 큰 문제없다”고 했다.
손흥민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다는 우려에도 고개를 저었다.
“손흥민이 개인 플레이하면 내가 가만 안 둔다. 흥민이와 평소 많은 이야기를 한다. 걱정 안 한다.”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에는 “우리 수비가 왜 약한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딱 두 번 졌다. 그 중에는 테스트 성격의 경기도 있었다. 최약체라는 평? 신경 안 쓴다”고 잘라 말했다. 2015년 3월 출범한 신태용호는 25경기에서 15승8무2패를 기록 중이다.
피지는 무조건 잡고 독일과 2차전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도 세웠다. 신 감독이 조 추첨 때 피지 코치를 현지에서 직접 만났는데 “우린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피지가 3전 전패를 하고 나머지 3팀이 나란히 2승1패면 2승을 하고도 8강에 못 갈 수 있다. 그는 “그래서 독일과 2차전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 내내 진지하던 그는 아들 이야기에 긴장을 풀었다.
신 감독의 두 아들인 신재원(18ㆍ학성고), 신재혁(15) 군 모두 축구 선수다. 그는 “첫째가 빼놓지 않고 올림픽팀 경기를 보며 ‘아빠 경기 재미있다’고 한다. 둘째는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 팬이다”고 흐뭇해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스킨십을 위해 선수들과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는 “선수들의 여자 친구 고민 상담도 들어준다. 어떤 녀석은 감독인 나에게 술도 사달라고 한다”며 껄껄 웃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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