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20년 넘도록 고향 땅 밟지 못하는 직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20년 넘도록 고향 땅 밟지 못하는 직지

입력
2016.06.23 20:00
0 0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있는 직지 하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있는 직지 하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있는 직지 하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있는 직지 하권.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의 청주 전시가 사실상 무산됐다.

충북 청주시는 직지 원본을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이달 말 예정된 대여위원회에 직지 대여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청주시는 오는 9월 ‘직지코리아’행사에서 직지를 전시하기 위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대여를 요청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청주시 관계자들이 직접 프랑스 도서관을 방문해 대여를 희망하는 이승훈 시장의 서한문을 전달했다. 또한 한ㆍ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올해 추진할 양국 교류사업에 직지 원본의 한국 전시를 성사시켜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프랑스 현지서 문화교류 사업을 돕는 에이전트를 통해서도 수 차례 시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됐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직지는 프랑스 내에서조차 도서관 외부로 반출된 적이 없다”며 대여위원회 안건으로조차 올리지 않았다.

직지코리아조직위 문희창 홍보팀장은 “직지코리아 기간에 직지를 전시하려면 이달 안에 대여 결정이 나야 했다”며 “올해가 한ㆍ불 수교 130주년이라 큰 기대를 했는데 사실상 무산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청주시가 직지 원본의 청주 전시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네 번 째다. 2012년 직지 축제를 비롯해 지금까지 세 차례 대여를 시도했지만 그 때 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시가 직지 대여와 함께 추진했던 독일 구텐베르크 성서 대여도 독일 주(州)정부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성서를 소장하고 있는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대여가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주정부가 운반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측은 구텐베르크 성서를 찍은 당시 인쇄기의 복원품을 직지코리아 행사에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이번 직지코리아에서 복원한 직지 활자를 특별 전시하는 등 직지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주력할 참이다. 옛 고려시대 주조 방식으로 재현한 이 활자는 시가 5년여 동안 18억원을 투입해 지난 1월 완성했다. 복원 작업은 중요무형문화재 101호인 임인호(52)금속활자장이 맡았다.

직지는 1377년(고려 우왕 3년)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불교 서적이다. 당시 여러 권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직지 하(下)권 단 한 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 있다.

이 책은 1886년 한ㆍ불 수호통상조약 이후 초대 공사와 3대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국내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지는 1455년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돼 2001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직지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하는 직지코리아는 ‘직지, 세상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청주 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