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ㆍ엑센트ㆍ쏘울ㆍ스포티지
해당 부문 최우수 품질상 수상
17년간 매달 품질 회의 뚝심
30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도약
“품질이 곧 최고의 경쟁력”이라며 1999년부터 매달 품질 회의를 주재해 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고집스러운 ‘품질 경영’이 마침내 글로벌 시장에서 빛을 발했다. 미국신차품질조사에서 기아차가 사상 처음으로 1위, 현대자동차가 3위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전 세계 고급 브랜드까지 모두 제치고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의 ‘2016 신차품질조사’(IQS)에 따르면 33개 전체 브랜드(고급 브랜드 12개ㆍ일반 브랜드 21개) 중 기아차가 83점으로 1위, 현대차가 92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신차품질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를 대상으로 구입 후 3개월이 지난 고객에게 233개 항목에 대한 품질 만족도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00대당 불만 건수를 집계하는 것이어서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기아차는 이번 조사에서 지난 3년간 1위 자리를 지킨 고급 브랜드 포르셰(84점)까지 누르고 1위에 올랐다. 30년 역사의 제이디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고급 브랜드가 아닌 일반 브랜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1989년 도요타에 이어 27년 만이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르며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3위를 기록했다.
25개 차급별 평가에서도 현대차의 그랜저(현지명 아제라ㆍ대형)와 엑센트(소형), 기아차의 쏘울(소형 다목적)과 구형 스포티지(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이 해당 부문 최우수 품질상을 수상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우수 품질상도 7개 부문에서 받았다. 엑센트와 쏘울은 각각 3년 연속,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00년 각각 34위, 37위에 불과했던 현대차와 기아차가 올해 미국에서 최정상의 품질로 평가 받은 데엔 정 회장의 품질 경영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정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고객이 믿고 탈 수 있는 차의 품질이 곧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1986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90년대 들어 부족한 정비망과 품질 문제가 불거지며 위기를 맞았다. 한 TV 토크쇼에선 ‘뒤에서 밀어야 출발하는 차’라는 놀림을 당했다. 99년 정 회장은 이러한 상황을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이란 카드로 돌파했다. 당시 ‘2년 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는 파격적인 승부수였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은 결국 98년 9만대였던 판매량을 이듬해 16만대, 2003년 40만대까지 끌어 올렸다. 2003년 8월에는 정 회장이 미국 수출을 눈 앞에 둔 기아차 오피러스를 직접 시승한 뒤 “엔진 소음을 줄이라”고 지시, 결국 현지 출시가 40여일 간 미뤄지기도 했다.
그는 품질 관리 체계에도 공을 들였다. 99년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품질 관련 부문을 통합한 ‘품질총괄본부’를 만들었다. 당시 소비자 불만이 높았던 기아차의 미니밴 카니발을 자택 마당으로 갖다 놓은 뒤 생산ㆍ개발 부문 임원들과 함께 연 품질 회의는 지금까지 매달 한 차례씩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고의 품질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야 한다”며 품질 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노력에 지난해 10월 미국 시장 누적 판매량은 1,00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 4월에는 창립 54년 만에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억대 돌파란 기록까지 세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생존 경쟁 속에서 업계 5위로 올라 설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품질”이라며 “앞으로도 품질을 최선의 무기로 글로벌 시장의 판매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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