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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떠난 황새울 벌판 위… 세계 최대 미군기지가 신도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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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떠난 황새울 벌판 위… 세계 최대 미군기지가 신도시처럼

입력
2016.06.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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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사수 시위 강제 진압

어느덧 10년 지났지만 恨 서려

대추리 포함한 1467만7000㎡

내년 용산기지 이전… 공정률 73%

아파트,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

외관상으로는 계획도시 면모

군수물자 나를 철도는 이미 개통

4년 후 미군가족 등 4만명 거주

2006년 5월4일 새벽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황새울’ 벌판. 자욱하던 봄 안개가 걷히고 동이 텄다. 연두 빛 수풀에 태양이 내려앉을 무렵, 평화롭던 벌판을 깨운 건 농부의 괭이질이 아니라 경찰의 곤봉과 방패였다.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다.

국방부와 경찰은 미군기지 평택 이전을 반대하며 대추분교 등에 모여있던 주민 등 1,000여명을 물리력으로 몰아냈다. 한 남성은 방패에 뒷머리를 찍혔고, 한 소설가는 정수리를 곤봉으로 맞았다. 시민단체 한 여성은 경찰에 끌려가다 웃옷이 모두 벗겨졌다. 사진기자는 군홧발에 짓밟혔다. 유혈 충돌 사태가 낳은 부상자는 137명, 공권력에 끌려간 주민과 시민운동가는 600여명이나 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개청 이래 최대 작전이 벌어진 지 10년 이 지난 14일 평택 대추리를 찾았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농민의 통곡과 울분이 서린 그곳에는 거대한 미니 신도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 미군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들어간 평택 캠프험프리(K-6)는 지평선 끝 펜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했다.

“쾅쾅… 드르륵 드륵.”

공사 중장비 300여대는 쉴새 없는 굉음을 냈고 투입된 인부 1만 여명의 손놀림은 분주했다. 전체 면적만 1,467만7,000㎡. 기존 K-6 부지 499만1,700여㎡에다 대추리 등 968만5,900여㎡를 편입했다.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게 미군의 설명이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5배, 판교신도시(892만4,631㎡)의 1.6배에 달해 외관상으로는 군 부대가 아니라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계획도시나 다름 없었다.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은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곳에는 주한미군사령부 등 513동(미 측 287동, 한 측 226동)의 건물이 늘어선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73%(올 5월 말 기준)로, 한미 양국의 약속대로 2017년까지 용산기지 이전을 마치려면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

미군 지휘시설인 주한미군사령부는 98%, 8군사령부는 9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청사는 연면적 2만5,960㎡에 지상 4층으로, 공사비는 823억 원이 소요된다. 지상 3층의 8군사령부 청사는 연면적 2만3,804㎡ 규모로 공사비만 704억 원이다.

옛 대추분교 터 부근에 세워진 두 청사는 수원 화성 성곽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한국식 기와와 화강석을 이용한 외벽 등 외관상 군 지휘시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두루 갖춰 손색없는 디자인을 자랑했다.

부대 규모가 큰 만큼, 각종 편의시설도 풍족해 영내에서 모든 일상 생활이 가능할 듯 했다. 아파트와 병원 및 응급실(공정률 60%), 초등학교, 축구장, 골프장, 야외 풀장, 방송국 등은 미군과 그 가족들을 위한 것이다.

초여름 날씨를 보인 이날, 미리 개장한 야외 풀장에는 미군 자녀들이 미니 슬라이드 등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5층짜리 아파트 17개 동은 가족과 함께 주둔하는 미군이 쓴다. 침실 2~3개와 거실, 부엌이 딸린 공간이 계급과 상관없이 제공된다. 미혼 사병은 33㎡ 크기의 2인 1실에서 생활한다. 사병 숙소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과 주방이 있고 또다시 2개의 방으로 나뉘는 구조다. 한국군 카투사도 이곳을 사용한다.

식당은 미 육군 표준식당 설계로 3,500명이 동시에, 하루 1만 명이 식사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조셉C 홀랜드(48ㆍ육군 대령) 주한미군 평택기지(K-6)사령관은 “최고의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전투력이 향상된다”며 “의료시설의 경우 치과 치료실 79곳, 진찰실 88곳, 병상 68개를 갖춘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평택항과 평택역을 잇는 철도차량기지 건설 공사는 애초 계획보다 5개월 앞당겨 지난해 7월 완공됐다. 전쟁 발발 때 병력과 장비를 철도를 이용해 전방지역으로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다. 철길 종점 8곳은 콘크리트 접안시설 등 군 장비가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설계됐다.

미군은 올 2월17일 개통식을 갖고 동두천 미2사단 캠프 케이시에서 철도를 이용해 출발한 M88 전차 등 군 장비가 K-6 기지로 들어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수 이북 기갑여단의 1개 대대가 다음달 철도를 이용해 이주한다. 반면 K-6로 이전한 중화기 부대 등은 철도를 타고 동두천으로 이동해 실전 훈련을 하게 된다.

기지 중간에 있는 사격장은 실탄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됐으며, ‘자신감 코스’로 불리는 훈련장은 미국 본토 훈련장과 같은 규모로 개인 및 소부대 규모로 훈련할 수 있다.

장애물 코스 훈련장 옆에는 레이저 건으로 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고 기지 이전이 마무리되면 K-6 거주 인원은 미군과 미군 가족, 카투사, 미군 민간인 등을 포함, 2016년 1만3,228명에서 2017년 2만5,492명, 2018년 3만3,477명, 2019년 3만9,437명, 2020년 4만2,771명으로 늘어난다.

미군 측은 이 가운데 약 40%가 기지 내에서, 60%는 기지 밖에서 생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이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경제유발 효과 18조 원, 고용유발 1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평택지역 소비도 2020년이면 연간 5000억 원 늘 것으로 나왔다.

홀랜드 사령관은 “기지 밖 농촌마을도 5~10년 뒤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평택은 아시아의 중요 군사 플랫폼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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