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공정위, 검찰 고발 소극적
전속고발권을 기업 면죄부 악용”
공정위 “위법 판단에 전문성 필요
폐지 땐 고발 남용 부작용” 항변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는 검찰고발권(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2014년 감사원 등 일부 기관에 공정위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주는 것으로 일단락된 지 2년 만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경제민주화를 위한 핵심과제로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이지만,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포문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열었다. 김 대표는 21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한국 경제에서 일상화된 독점의 폐해에 손을 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 될 것이며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당의 대표자가 직접, 국회 개원 후 내놓은 첫 공식 발언이라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의지가 읽힌다. 후속 움직임도 바로 이어졌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날인 22일 “이번 정기 국회(9월) 처리를 목표로 전속고발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8월 중 공정거래법을 포함한 전속고발권을 규정한 5개 법안의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전속고발권이 기업의 면죄부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은 “당연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공정위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14년 공정위는 4,079건의 사건을 처리했는데, 이 가운데 검찰 고발로 이어진 경우는 62건으로 1.5% 수준에 그쳤다. 전속고발권이 있는 한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더라도 이에 불복한 수단이 없다는 점도 폐지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주요 사건의 경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법원에서 요구하는 혐의 입증 수준을 맞추지 못해 무죄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 것도 공정위만이 아니라 제3자가 검찰에 직접 고발해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4년 여야 합의에 따라 전속고발권을 부분적으로 완화해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종결됐다고 봤는데 불과 2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특히 공정위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등은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한 경우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법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필요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곳이 공정위라는 항변이다. 공정위 고위 간부는 “공정거래법은 경쟁제한성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형사법에서의 판단과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고발요청권을 부여 받은 감사원 등 3개 기관이 2014년 이후 현재까지 권한을 행사한 게 13건 정도밖에 안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주장이다. 전속고발권이 없어질 경우 피해자 등에 의해 고발이 남발되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도 펴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는 오는 9월 첫 정기국회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국민의당도 폐지에 동조하고 있어 ‘야당 대 새누리당·공정위’의 구도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정무위원회 소속)은 “야당의 입장은 폐지 쪽이지만, 여당과 공정위 측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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