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이 반환점을 돌았다.
조별리그 36경기를 마치고 16강이 확정된 가운데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의 반란이 눈에 띈다.
유로에 처음 참가한 팀은 알바니아와 웨일스, 슬로바키아, 북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5팀이다. 이번 대회부터 출전국이 24팀으로 늘어나면서 변방국들이 기회를 잡았다. 이들 중 4팀이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웨일스는 B조 1위, 아이슬란드는 F조 2위를 차지해 당당히 자력으로 16강 티켓을 땄다. 아이슬란드는 23일(한국시간) 열린 조별리그 F조 오스트리아와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33만 명의 적은 인구, 야외 운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 등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터라 ‘기적’이라 불린다. 대표팀의 유로 대회 첫 승에 대통령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매우 감격적이다. 아이슬란드 축구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순간인 것 같다”라며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경기가 열린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엔 아이슬란드 원정응원단 약 1만 2,000명이 찾았다. 아이슬란드 인구 약 3.6%에 해당한다. 아이슬란드는 오는 28일 축구종주국 잉글랜드와 대회 16강전을 치른다.
이밖에 슬로바키아(1승1무1패)와 북아일랜드(1승2패)는 3위 6팀 중 상위 4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거머쥐었다. 알바니아(1승2패)도 선전했지만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득점은 저조하다.
36경기에서 69골이 나와 경기 당 1.92골이다. 47분 당 1골씩 터졌다. 과거 유로 2012와 2008, 2004 때의 경기당 2.45골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금까지 유로 대회 최소 득점은 1992년 대회의 1.75골이다.
반면 후반 막판 득점은 많다.
유럽축구연맹(UEFA)에 따르면 69골 중 후반 30~45분에 13골, 후반 추가 시간에 무려 7골이 터졌다. 영국 BBC는 전체득점의 27.5%가 후반 35분 이후 나왔다고 분석했다. 골 가뭄으로 인한 팬들의 아쉬움을 ‘극장골’이 달래줬다.
조별리그 최다득점 팀은 웨일스와 헝가리로 6골을 넣었다. 유일한 무득점은 우크라이나다. 이번 대회에서는 3전 전승 팀이 하나도 없었다. 1996년 이후 처음이다.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는 23일 헝가리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작렬해 최초로 유로 2004부터 4개 대회 연속 득점의 진기록을 세웠다.
패스성공률 1위는 역시 스페인이었다. 2,023개를 시도해 1,876개를 동료에게 정확해 배달해 성공률은 93%였다. 독일이 91%로 뒤를 이었다. 볼 점유율이 가장 높은 팀은 독일(65%)이었다.
슈팅이 가장 많은 팀은 포르투갈로 68개의 슈팅을 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승도 못 했고 3무로 가까스로 16강에 올랐다.
아이슬란드는 볼 점유율이 29%, 북아일랜드는 슈팅이 17개에 불과했다. 두 팀 다 ‘극강의 수비’를 펼쳤지만 모두 16강에 올랐다. 전술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현재까지 득점 1위는 3골씩 넣은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27ㆍ레알 마드리드)과 스페인 알바로 모라타(24ㆍ유벤투스)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