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철(56)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마지막 날 일본과의 경기에서 35-21로 이기면서 4전 전승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 속에 은메달을 따 내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감동 스토리 소재를 제공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숙원은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다. 여자 핸드볼은 1984년 LA 올림픽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고, 본선 무대에서도 런던올림픽까지 8회 연속 4강에 오른 강팀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은메달 세 번,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3ㆍ4위전에서 스페인에게 아쉽게 져 4위에 그쳤다.
여자핸드볼의 간판 김온아(28ㆍSK)는 23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앞서 나갔던 두 번의 올림픽보다 지금 준비하는 것이 다르고, 제게도 중요한 올림픽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 메달에 그쳤던 런던 대회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 도중 무릎 인대를 다쳐 수술을 두 차례나 받는 등 고생했던 김온아는 “그때 함께 뛰지 못해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웠다”며 “지금도 부상 없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어느덧 대표팀의 중심이 된 그는 “동메달을 땄던 2008년에는 막내여서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됐지만 지금은 팀의 중심이 됐다”고 돌아보며 “개인보다는 전체 움직임을 생각해야 하는 점이 달라졌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대표팀은 올림픽 실전 리허설이라 할 수 있었던 지난해 12월 덴마크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과 세계의 격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신체 조건이 월등한 유럽 팀들이 기술까지 갖추기 시작하면서다. 김온아는 “예전에는 우리 강점이 스피드였지만 이제 유럽 선수들도 많이 빨라졌다. 우선 수비를 악착같이 해서 속공을 시도하고, 안 됐을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연습하고 있다”면서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몸싸움이 많이 좋아졌다. 유럽이 워낙 신체 조건과 힘이 좋아 우리도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량을 많이 늘렸다”고 자신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오영란(44ㆍ인천시청), 우선희(38ㆍ삼척시청) 등 백전노장의 베테랑들이 가세했다. 김온아는 “언니들이 들어오기 전에는 구심점이 부족해서 한 번에 무너지거나 막판에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언니들이 와서 중심을 잡아주니 나도 부담이 덜해졌다”면서 “지옥 훈련을 잘 이겨내서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영철 감독은 “코치 시절을 포함해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최악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장 약한 구성이라고 판단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임 감독은 “이런 것들이 훈련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야 선수들의 정신 무장도 더 잘된다”면서 “팀워크나 성실한 훈련이 가미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일본과 평가전을 마친 뒤 올림픽 최종 엔트리를 정할 예정인 임 감독은 “일본과 평가전을 마친 뒤 올림픽 대비 맞춤 훈련을 시작하겠다. 7월 초부터 태릉에서 말 그대로 지옥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