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월봉고 학생 4명 머리카락 기부
가발 제작 암 투병 탈모 환자에 전달
“기부 위해 다시 기르고 있어요”

“내 얼굴은 짧은 머리가 더 잘 어울려요. 여름에는 훨씬 시원하고 등교 시간에 관리도 편해 지각 걱정 없어서 좋아요”
외모에 민감한 여고생들이 애지중지하던 머리카락을 잘라 백혈병과 소아암 항암치료 중 탈모가 진행된 어린이들을 위한 가발을 만드는 데 쓰라고 기부했다. 충남 천안 월봉고교 3학년 박나현(18), 2학년 김나연(17), 위지현(17), 최영민(17) 양 등 4명이 주인공으로 최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모두 한 학교에 다니는 친구지만 누가 먼저 기부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선행이 더욱 빛났다. 특히 가발 제조에 사용되는 머리카락은 적어도 2년 이상 염색이나 파마 등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기부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없다.
김 양은 중3인 2014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기부다. 김 양은 “원래 곱슬머리라 매직 파마로 머리카락을 펴고 싶었는데 암 투병 아이들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며 웃었다.
박 양은 “아이들이 머리카락이 없어 놀림거리가 된다는 뉴스를 보고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아 기부를 결심한 후 허리까지 기른 뒤 잘랐다”며 “건강한 머리카락을 만들려고 한겨울에도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 양은 “중학교 때 모발기부를 처음 알게 된 후 두발제한이 없는 고교에 진학하면 꼭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머리를 기르는 동안 관리의 불편함보다 머리 숱이 적고 얇은 편이라 거절당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최 양은 “머리카락 기부를 통해 오히려 내가 더 얻은 것이 많아 머리를 기르는 동안의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라며 “기부나 봉사는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다가가기 쉽다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사실 이들은 모발 기부 사실을 함구했다. 하지만 치렁치렁하던 머리카락이 갑자기 짧아진 이유가 궁금했던 한 교사의 추궁(?) 때문에 알려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작은 정성이 불씨가 되어 더 많은 기부행렬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들의 선행에 동참하기 위해 다른 학생 10여 명도 머리를 기르고 있다. 이정숙(51) 교사는 “예쁘게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 1년이 넘게 길렀다는 사실이 놀랍다”라며 “어른보다 깊은 마음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홈페이지(http://www.soaam.or.kr/donation/hair.php)를 통하면 기부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홍보대사 역할도 자임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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