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로서 리우행이 가능한 박인비와 전인지(오른쪽)/사진=와이드앵글, 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한 유명 선수는 지난달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올림픽에 불참할 것이라 발언한 일부 해외 선수들이 상당히 멋있어 보였다. 시각의 차이인 것 같다.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이 부럽기도 하다"며 "한국은 그런 분위기가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였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선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앞서 애덤 스콧(36ㆍ호주), 비제이 싱(53ㆍ피지), 루이 우스트히즌(33), 샬 슈워츨(32ㆍ이상 남아공) 등이 리우행을 포기한 가운데 22일(한국시간) BBC 등 외신들은 매킬로이의 매니지먼트사 발표를 인용해 세계랭킹 4위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의 올림픽 불참 소식을 전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29ㆍ호주)와 6위 리키 파울러(28ㆍ미국)도 리우행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카 바이러스 확산 등 불안한 현지 사정 탓이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경우는 없다. 세계여자골프 랭킹 3위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는 손가락 부상 탓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 나와도 정상적인 기량 발휘가 어려운 상태지만, 7월 11일(리우행 명단 확정일) 직전인 7월초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올림픽 출전에 대한 한국 선수들의 열망은 그만큼 크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운영하는 여성스포츠 전문사이트 ESPNW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교도 통신의 20년 차 베테랑 골프기자 레코 타케카와는 한국 선수들의 과도한 올림픽 출전 경쟁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타케카와는 "한국에선 올림픽이 정말로 '핫(Hot)'한 주제다"며 "일본도 상당한 편이지만, 한국은 정말 엄청나다. 특히 금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가 어마어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선 금메달을 따면 영웅 대접을 받는다. 아마도 내 생각에 한국 선수들은 중요한 순간 훨씬 커다란 압박감을 느끼곤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2004년 LPGA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이며 현재 골프채널에서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카렌 스터플스(43ㆍ영국)는 "LPGA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항상 올림픽 출전과 관련한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큰 부담을 받을 것이라는 게 스터플스의 설명이다.
ESPNW는 장하나(24ㆍBC카드)와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의 '공항 가방 사건'도 올림픽 출전을 향한 과열 경쟁이 낳은 일이라고 했다. 지난 3월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가 열리기 전 대회 장소 인근인 싱가포르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전인지는 장하나의 부친이 놓친 가방에 부딪혀 허리를 크게 다쳤다. 당시 장하나와 전인지는 리우행을 놓고 치열한 세계랭킹 경쟁을 하고 있었던 터여서 고의로 생긴 일이 아니었냐는 말들까지 돌았다.
ESPNW의 언급처럼 한국에선 엘리트 선수들이 곧 '인기 스타(Rock star)'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풍토에 더해 치열한 경쟁 문화, 1등 지상주의 등도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부추기는 요소들이다. 일부 종목에서 젊은 남자 선수의 경우 올림픽 메달은 군 면제와도 직결되는 큰 문제다.
올림픽을 향한 한국 선수들의 열망은 해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바람은 집념을 넘어서지만, 그러나 집착을 넘어서진 않는다고 본다. 집착은 '맹목적인 매달림'을 의미한다.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에 그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 기저에는 사회 구조적인 부분들도 많이 깔려 있다.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열망을 집착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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