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수/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이적하는 최용수(43) 감독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스스로가 "젊은 청춘을 다 바친 팀"이라고 할 만큼 오랫동안 몸담았던 구단을 비로소 떠나는 순간에도 표정이 의외로 담담했던 이유다. 그러나 속은 정반대였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안산 무궁화 FC와 FA컵 16강전(서울 2-1 승) 이후 만난 최 감독은 "내가 이런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래 본 적이 없었다"며 특유의 무뚝뚝함을 드러내면서도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슬펐다"고 했다.
고별전을 치르는 최 감독은 애써 태연했지만 하프타임 때 경기장에 울려 퍼진 전인권의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 가사는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고 그걸 목청껏 합창하는 팬들의 노랫소리에 감정이 북받쳐 표정의 변화를 보였다. 서포터즈들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의 영웅 최용수'라는 글귀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을 들어 보이며 떠나는 길을 축복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지난 1994년 2순위로 안양LG(FC서울 전신)에 지명돼 첫 월급 110만원을 받았던 때가 생생하다"고 감회에 젖었다. 이어 "그걸 시작으로 여기서 내 젊은 청춘을 다 바쳤다. 착잡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굴곡이 있었지만 여러분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감독으로선) 부족했지만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큰 무대로 과감히 뛰어드는 이유도 스스로가 더 발전하고 싶다는 승부사적 본능과 연결이 된다. 그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에 감사해야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며 "나는 항상 변함없다. 완성체가 아니고 지도자로서 조금 더 기량을 닦아야 한다.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더 배워야 될 것이 많고 항상 그런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도전이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 세계적인 감득들과 재미난 게임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작년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팀이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고 알차게 꾸려져 있다"면서 "시즌이 끝나고 가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지금 이럴 때 더 격하게 도전해보고 싶었다. 구단주가 가는 걸 흔쾌히 허락을 해주는 이런 환경은 정말로 복"이라고도 했다.
최 감독은 한국에선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스타일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했을 때는 데얀 같은 슈퍼스타도 가차 없이 빼버렸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브라질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장쑤에서는 아무래도 본인의 지도방식이 온전히 녹아들 수는 없다. 이런 우려에 대해선 "데얀과 아드리아노는 개성이 강한 친구들로 컨트롤하기가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어떤 것들이 존재해왔다. 물론 중국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을 빨리 파악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고 적응해야 한다. 여기서 하던 식으로 과감하게 하다가는 불협화음이 올 수 있어 다각도로 생각하고는 있다. 그래도 제 성격은 못 버릴 것"이라고 웃었다.
떠나는 그는 새로 오게 되는 황선홍(48) 감독에게도 덕담을 잊지 않았다. 그는 "선후배를 떠나 동업자이기 때문에 인수인계 과정에서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도와드릴 생각"이라며 "많은 걸 도와줘야 될 것 같지만 축구라는 게 사실 다 비슷하다. 저보다 뛰어난 감독이다. 많은 장점과 내공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황 감독 특유의 빠른 템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길었던 최용수의 FC서울 시대가 이렇게 잠시 작별을 고했다. 구단에서 마련한 최용수의 고별식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헤어짐이었다. 따뜻한 환대 속에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독수리 최용수의 힘찬 비상이 기대된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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