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위해선 당과 후보 준비돼야, 우리 당 의원들 내공 상당해 당권 불출마”
대권 도전 질문에 “남들 하니 나도 할래 그럴 순 없어, 비전 제시할 수 있어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대구 수성갑) 의원이 23일 “정권교체를 위해 뛰겠다”며 8·27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적 진로는 열어두겠다”고 밝혀 대선 도전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한 입장발표문을 통해 당권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금 우리 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정권교체”라며 “정권교체가 되려면 당과 후보, 두 가지가 잘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가 나오면서, 여러 선후배 의원님들이 출마를 권했고, 저 스스로 당을 수권정당으로 일신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권 도전을 접은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당은 꼭 제가 아니라도 수권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20대에 등원한 우리 당 의원님들의 면면이 상당이 안정적이고 내공들이 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당권은 접었지만,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는 내비쳤다. 김 의원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며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부는 쟁기로 밭을 갈 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겠다. 그 앞에 있는 정치적 진로는 열어두겠다"며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 때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지하게 말씀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당과 후보, 두 가지가 준비가 돼야 하는데, 자신은 후보로서의 준비에 발을 떼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김 의원은 대권 출마를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신중한 반응이다. 입장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것 아직까지 개인적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 같다. (대권 도전은) 역시 준비가 되고 좋은 사람들한테 많은 이야기 듣고, 제가 그리는 정확한 그림이 나와야 소위 비전이라는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남들 하니 나도 할래 그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아직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대권 도전 발언을 명시적으로는 삼갔지만, 입장 발표문에는 김 의원이 제시하려는 정치철학과 비전에 대해 언급이 돼 있었다. 지역주의를 극복한 경험을 동력 삼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결해 ‘공존의 공화국’으로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다.
김 의원은 "대구로 내려갈 때, 저는 한국정치를 바꿔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다행히 지역주의의 벽에 약간의 금이나마 내는 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지역과 지역 사이만 아니라,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세대와 세대 등 우리 사회의 균열과 그에 따른 갈등이 국가적 위기의 수준에 와 있었다. 이제는 이 균열을 메워 '공존의 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을 밀어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이 늦어진 것과 관련, "영남권은 물론 지방의 활로 개척에 중요한 신공항 결정을 앞두고, 경솔하기보다는 진중한 자세를 취하는 게 도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당분간 지역구인 대구로 내려가 신공항 결정 후폭풍 사태에 따른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구가 신공항 문제로 얻은 쇼크가 너무 크다”며 “내일부터는 지역에 내려가 시민들과 시간 보내고 토론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장발표문을 낸 것 관련 “당내에서 (당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가 변수가 더 이상 안돼야, 그 분들이 편하게 판단할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 후보들 간 단일화 논의에 대해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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