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연루 검찰 20명 중
형사처벌 유력은 달랑 검사 1명
檢고위직 조사방식은 따로 있다?
“적절한 방법으로 (박성재 서울고검장이 로비와 연관 없음을) 확인했다.”(검찰 관계자)
검찰은 지난 20일 정운호(51ㆍ구속)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위해 대(對) 검찰 로비스트로 활동한 홍만표(57ㆍ구속기소) 변호사 관련 법조 비리 수사를 종결하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전 대표 원정도박 수사가 이뤄지던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검사에게 로비를 하겠다며 3억원을 받아갔다는 정 전 대표의 진술에 대해 검찰이 확인한 결과였다. 검찰은 ‘적절한 방법’에 대해선 “답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이렇게 최고 지휘부에 대한 비위 의혹 수사는 ‘적절히’ 끝났다. 박 고검장과 만나지도, 통화한 적도 없는 홍 변호사에게 거금을 쏟아 부은 정 전 대표는 시쳇말로 ‘검찰 인증 호갱’이 됐다. 최 전 3차장검사는 서면조사를 받았다. 홍 변호사와 두 차례 만나고 6차례 통화는 했지만 역시 “로비는 통하지 않았다”는 결론이었다.
검찰이 밝힌 의혹 검증은 오히려 국민의 불신을 부르고 있다. 전직 대통령까지 수사했던 특수통 고위 검사가 형사사건 수임료로 수백억원을 긁어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뿌리깊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초 도피 중이던 정운호의 핵심 브로커 이민희(56ㆍ구속기소)씨와 통화한 현직 차장검사만 해도 그렇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수사팀이 전화로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다. 직급이 더 낮을 게 뻔한 수사 실무자가 고위 간부인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해 의혹에 대해 강하게 추궁을 했는지, 친절히 설명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은 해당 차장검사에 대한 범죄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차장검사가 수배자와 통화한 사실을 수사팀에 알리지도 않았는데도 그랬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20여명의 검찰 관계자 중 드물게 소환 조사를 받은 검사가 있기는 하다. 모 항공사 부회장 G씨에게 정 전 대표의 수사 상황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L 검사다. 하지만 검찰은 급히 L 검사를 소환 조사한 뒤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와 두루 친한 G 부회장이 두 사람 사이가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의로 L 검사 명의의 문자를 정 전 대표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G 부회장의 검사 사칭만 문제삼았을 뿐 L 검사에 대해선 무혐의 판단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현재 형사처벌이 유력한 검찰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사업권 소송과 관련해 감사원 관계자에 청탁을 해 주는 명목으로 정 전 대표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검사 1명뿐이다. 하지만 박 검사는 뇌출혈로 입원 중이어서 소환조사가 어려워 보인다.
그 동안 검찰은 피의자ㆍ참고인 조사 방식을 관련자 진술 및 계좌거래 내역 같은 객관적 자료로 드러난 범죄 연루 정황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불신어린 시선을 감지했다면 이번 수사는 그보다 더 엄격했어야 했다. 국민들은 ‘검찰 고위직에게 적절한 조사방식은 따로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조 비리 의혹 수사가 의구심과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이유다.
조원일 사회부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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