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ㆍ카카오의 3대 주주
국내 게임업체 상당수에도 투자
한국의 우위 8년 전 이미 역전
“텐센트에 종속될라” 위기감 고조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텐센트’가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을 전격 인수, 세계 모바일ㆍPC 게임 시장의 지배력을 더욱 키우면서 가뜩이나 중국 게임업체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우리 게임 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텐센트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지분(73%)을 포함한 슈퍼셀 지분 84.3%를 86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2010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설립된 슈퍼셀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대표적 강소기업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클래시 오브 클랜’, ‘헤이데이’, ‘붐비치’, ‘클래시 로얄’ 4개의 게임만으로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약 2조7,450억원)을 올렸다. 슈퍼셀은 헬싱키 본사를 포함해 서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본 도쿄에 근무하는 전 직원이 180여명에 불과해 직원 한 명 당 15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앞서 2011년 최고 인기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업체 라이엇 게임즈를 사들였던 텐센트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틀어 세계 게임 시장의 절대강자로 올라서게 됐다.
월 이용자가 14억여명에 이르는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운영하고 있는 텐센트는 게임 개발부터 유통까지 수직 계열화에 성공한 업체로도 유명하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슈퍼셀 인수로 텐센트는 전 세계 게임 시장 매출의 13%(111억달러)를 차지하는 회사로 거듭났다”며 “그 동안 중국 외 시장에서는 매출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 문제도 단번에 해결됐다”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25%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3대 주주(9.3%)일 정도로 국내에서의 영향력도 크다. 업계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투자까지 포함하면 게임 업체의 상당수가 텐센트에 잠식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순위 10위 이내에 든 모바일 게임 가운데 1위 레이븐, 2위 세븐나이츠 등 4종이 텐센트, 슈퍼셀과 관련 있는 업체들이었다.
텐센트의 거침없는 영역 확대에 국내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래 중국에 앞섰던 우리나라 게임 매출은 2008년 역전 당한 이후 매년 그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30%대의 폭발적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 게임 시장은 지난해 성장세(22.9%)가 한 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게임업체들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텐센트와 제휴ㆍ협력이 불가피한데, 텐센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실상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에 대한 우리 업체들의 의존도가 커지면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어도 텐센트를 거치지 않고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미 국내 업계에서 ‘슈퍼 갑’인 텐센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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