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자녀는 종일반 가능한데
교사 등 공무원 준비생은 자격 뺏겨
정부 “가짜 응시자 거르기 어렵고
다른 시험과 형평성도 맞춰야”
지난해 4월부터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온 김모(31ㆍ여)씨는 다음달 맞춤형 보육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전업주부여서 28개월 된 둘째 아들을 어린이집 종일반 대신 6시간 보육을 받는 맞춤반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 동안 두 아들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낸 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했다. 하지만 맞춤형 보육이 시작되면 공부 시간은 8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게 된다. 하루 10시간을 시험 준비에 투자하는 다른 수험생들의 절반 수준이다. 김씨는 22일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자리를 갖고 싶어 공무원이 되려는 건데 이제 도전조차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정부가 맞춤형 보육 종일반 대상에서 공무험시험(공시) 준비생을 제외하면서 엄마 공시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2시간짜리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부모의 자격기준으로 워킹맘, 구직자, 다자녀가구, 학생맘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으로 인식되는 공시생이나 임용고시생 부모는 구직자나 학업 중인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는 종일반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공시생을 구직자로 인정하면 다른 시험 준비생들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종일반에 들어가려 가짜 공무원시험 응시표를 제시해도 사실상 걸러낼 방법이 없다”며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부모는 ‘종일반 요청 자기기술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 공시생들은 자기기술서는 무용지물이라고 항변한다. 2년 차 공시생 장모(30ㆍ여)씨는 이달 초 주민센터를 찾아 응시표와 인터넷강의 수강증 등 증명자료가 첨부된 자기기술서를 제출했으나 “통과가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담당 공무원은 오히려 “아무데나 취업면접을 보고 면접확인서로 고용노동부의 구직등록확인증을 받아오면 종일반에 들어갈 수 있다”고 편법을 알려줬다. 엄마 공시생 이수연(28)씨는 “당장은 시간당 4,000원의 추가요금을 내서라도 아이를 오후 6시까지 어린이집에 붙들어 놓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할 목적으로 구직자를 종일반 이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처럼 공시생들에게도 보육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설 한국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시험 응시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 예비 공직자에게도 정책적인 육아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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