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북한이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 다섯 번까지는 실패했지만 여섯 번째 발사는 400㎞를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무수단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아시아 일대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이 밖에도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의 의도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방어 차원에서는 미국의 핵 공격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지난 5월 초 열린 7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 자위적인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공세적인 측면에서는 무력 통일의 여건을 조성해나가는 일이다. 김정은은 이 행사에서 “조국통일대전의 진군길을 열어제낄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 주체무기들을 더 많이 연구 개발할 것”을 천명했다. 올해 들어서 김정은의 지시로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잦아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6ㆍ25 전후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을 막론하고 한반도에서 사는 대중의 삶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팍팍해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반도를 뒤덮은 상태에서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지고 거기에 긴장이 고조되니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가 6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월까지는 남북 대화나 교류를 일체 금지하고 강력한 제재를 추구할 요량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동맹·우방국들과의 협력은 물론 중국 등 ‘친북’ 국가들을 향해서도 제재외교에 열심이다. 여기에 북한이 주도하는 군비경쟁에 뒤질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으로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십 년 간 북한의 군사비보다 수십 배 투입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말이다. 2011~2015년 한국은 세계 10위의 무기 수입국이었다. 작년은 1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국방비 증가율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역내 안보 불안 요인을 감안해 총지출 증가율(3.0%)보다 높은 4.0%로 책정했다.
사실 남북 간에 나타나는 군비경쟁은 아태 지역 군비경쟁의 일부다. 스톡홀름국제전략문제연구소(SIPRI)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과 미ㆍ중 갈등, 영유권 분쟁 등으로 아태 지역 국가들이 세계 무기 수입을 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 중 6개국이 이 지역에 있다. 이들은 전 세계 무기 수입량의 46%를 차지하고, 지난 5년간 수입 규모는 그 이전 5년보다 26%나 증가했다. 한미동맹과 북중동맹,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장기 정전상태의 한반도를 감안할 때 남북한의 군비경쟁은 이와 같은 아태 지역의 군비경쟁과 맞물려 있다. 한반도 평화를 동아시아 안정과 연계해 추진할 성질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남북 간 군비경쟁은 남북의 선택에 따라 그 방향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자율적 공간이 존재한다. 김대중 정부 들어 시작된 금강산 관광과 경의선 철도복원 사업, 그리고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런 모든 협력사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 중단되었다.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 사업은 지난 대선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되며 꽃을 피우지도 못했다. 그 사이 군현대화 사업 추진과정에서 수십억 대의 비리사건이 잇달아 발생해왔다.
안보 딜레마 상황에서 군비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협력안보, 군비축소, 평화조약, 관계 정상화 같은 평화의 길도 인류가 만들어낸 것이다. 매년 맞이하는 6ㆍ25를 어떻게 새길 거냐는 우리의 몫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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