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문제 철저한 거리두기
국무회의서 원론적 언급도 없어
청와대 전날 용역 결과 보고 받아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이명박 정부가 내린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비판했고, 이듬해 대선에서 재추진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약속에 기대를 건 영남 민심은 신공항 입지를 두고 3년 넘게 둘로 찢어져 갈등했다. 21일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또 다시 무산됐는데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여론만 살폈다. 정부가 전날 오후 청와대에 용역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치적 논란을 비껴가기 위해 철저하게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입지 결정 발표를 한 시간 앞둔 오후 2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9분 간 모두발언을 하면서 북한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과 산업 구조조정,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등 안보ㆍ경제 위기에 대한 내각의 대처를 당부했을 뿐, 신공항 문제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선 공약이 국론 분열만 부추긴 끝에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된 것에 대한 유감 표명도, 지역 갈등 봉합을 촉구하는 원론적 언급도 없었다.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 이후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청와대는 신공항 문제에 거리를 두며 ‘어떤 정치적 입김도 넣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21일 오전 브리핑에서 신공항 관련 질문들에 “진짜로 모른다. 전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결과 발표 이후에도 청와대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채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밀양 신공항을 민 대구ㆍ경북(TK)에서도, 가덕도를 주장한 부산ㆍ경남(PK)에서도 비판 받지 않고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에도 휘말리지 않겠다는 속내다.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발표 등을 모두 국토교통부가 맡은 데 이어 22일 신공항 관련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관계장관회의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다.
박 대통령의 침묵 속에서 청와대 참모들은 “김해 공항을 증설하기로 했으니, 신공항 ‘백지화’는 아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대통령 공약을 파기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밀양이나 가덕도 중 한 곳으로 결정돼 여권 핵심 지지 기반인 TK와 PK가 결별하는 사태를 피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그간 청와대 내부에선 밀양이 신공항 입지로 선정될 경우 가뜩이나 흔들리던 PK 지지층이 등을 돌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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