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신공항 논란 때마다
‘김해공항 확장론’ 대안으로 등장
박대통령 재추진 대선 공약에
국토부 용역 일방 강행 의혹도
“신공항 건설 과연 타당한지…”
논의 빠진 채 민심 분열만 불러
정부가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 대신 그 대안으로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키로 결정하면서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10여 년의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미 지난 5년 전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백지화 결정을 사실상 번복하고 신공항 건설을 고집한 정부는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증가하는 영남권 항공 수요에 대응해 김해공장 확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숱한 제언에 정부가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불필요한 지역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 정부가 이번에 ‘솔로몬의 대책’으로 내놓은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신공항 입지 선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난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를 발표했을 당시 국토연구원은 김해공항 확장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내놓았다. 당시 부산 영도를 지역구로 뒀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 또한 “신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소신발언을 하며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수 차례 발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언론을 통해 김해공항 내 서북-동남 방향의 활주로를 신설하면 7,000억~8,000억원으로도 2039년까지 증가하는 항공 수요를 소화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공항 건설에 타당성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용역 결과도 꾸준히 발표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신공항 건설 타당성 조사를 맡은 국토연구원은 2009년 밀양과 가덕도 모두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1을 넘지 못해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부의 의지에 2010년 입지평가위원회가 구성돼 다시 한번 타당성 조사가 착수됐으나, 2011년 3월 발표에서 두 후보지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의견을 모두 묵살한 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공항 건설 담론을 재차 끄집어 냈다. 2011년 3월 신공항 계획이 공식 백지화됐으나,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신공항을 다시 대선 공약으로 꺼내 들었다. 당선 후 박근혜 정부는 이듬해 8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과 한국교통연구원에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1년 후 연구 용역팀은 김해공항의 항공 수요가 연평균 4.7% 증가해 오는 2030년에는 당시 수요의 두 배 가량인 2,162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용역 보고서를 발표해, 신공항 당위성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용역을 위한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영남권 전체 인구를 표본으로 신공항 필요성을 제시하는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묵살됐다”며 “정부가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채 조사가 진행돼 신공항 타당성이나 김해공항 확장과 같은 논의는 아예 생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영남지역의 갈라진 민심은 이런 지적에 귀를 틀어막은 정부와 일부 지역 정치인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영남권 신공항 정책은)전형적인 밀실행정"이라며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특정 지역 정치인들이 아닌 전체 국민의 관점에서 논의가 돼야 하는데 제대로 된 토론 절차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밀실행정을 하니 갈등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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