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파 무소속 의원 일괄 복당 사태로 칩거했다가 당무에 복귀한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 교체 방침을 밝혔지만 권 사무총장의 사퇴 거부 행보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고 비박계가 김 위원장의 ‘친박 행보’에 불만을 제기하며 자진사퇴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무총장은 전날 혁신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도 참여해 전당대회 준비상황에 대한 당무 보고를 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2010년 정몽준 당시 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과의 불화를 사례로 들면서 “당시 정 대표도 장 사무총장을 마음대로 어쩌지 못했다”며 “결국 정 대표가 ‘나를 선택하거나 장 사무총장을 선택하라’고 배수의 진을 치자 장 사무총장이 한 달 넘어 자진사퇴했다”고 소개했다. 당 대표의 해임 권한은 관례로 인정되는 것이라는 친박계 주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사무총장의 해임은 비대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의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지도자인 만큼 예우를 보여야 한다는 당내 의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든 국민이 일괄 복당에 박수를 치고 있는데 왜 김 위원장이 정치 행보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친박계)의 논리를 대변하고 조종당한다는 것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이러려면 당무 복귀를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그냥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태경 의원도 “사무총장 해임은 당헌ㆍ당규에 따라 비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이 오히려 혁신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자기 결단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권 사무총장의 문제 제기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초선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지만 사무총장 인선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권 사무총장의 버티기가 계속되면 지도력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언제까지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 측은 “시간이 지나도 안 되면 사무총장을 새로 임명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이 그만둬야 되는 것인지 사무총장이 그만둬야 되는 것인지는 당내에서 합리적 의견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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