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시간 80% 경제에 할애
재벌을 '거대 경제세력' 표현
"나라 지배하는 것 방지해야"
'기본소득제' 처음 언급하며
포용적 성장 제시하기도
개헌ㆍ남북관계 개선도 강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대표는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벌개혁을 앞세운 경제민주화 이슈를 차기 집권 플랜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차별화 전략이다. 개헌 및 남북관계 개선 관련 제안도 잇따라 던지며 여소야대 정국 주도권 잡기에도 나섰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답게 김 대표의 연설 내용 중 80%는 경제문제에 할애됐다. 김 대표가 재벌을 ‘거대경제세력’이라고 표현하며,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대목은 눈 여겨 볼 만하다. 전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여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대기업의 비정상적인 경영권 상속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재벌의 편법 탈법 운용을 문제 삼았다. 공교롭게 여야 모두 재벌개혁을 화두로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자신들이야말로 경제민주화를 이뤄낼 진짜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특히 경제민주화는 로비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한 입법 과제로 ▦재벌 총수 전횡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를 보장한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불공정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검찰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폐지 등을 꼽았다. 두 사안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지만, 재계의 반대 등에 부딪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했지만, 경제정책 기조에서 사라진 것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다.
경제성장 방안과 관련해선 최근 유럽에서 떠오른 ‘기본소득제’를 처음 언급하며,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복지 정책 재원 확보 관련해선 대기업의 조세 부담률을 높이되, 세출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국회에서부터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통한 대기업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헌과 남북관계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김 대표는 정당 정파를 초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며 개헌 논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남북관계의 경우 남북 국회회담을 제안하며 입법부가 꽉 막힌 남북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자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견제구를 날렸지만, 그 이상의 날을 세우지는 않았다. 개헌특위와 관련해선 “여야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혀, 개헌 논의가 진척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공히 “현 정권의 실패를 제대로 진단했다”고 공감을 표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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