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이 서울 여의도 본사 1층 로비를, 기업설명회(IR)를 위한 일종의 ‘쇼 룸(showroom)’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유망 기술과 상품을 가진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이 공간을 활용해 투자자와 매수자를 찾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보유중인 자회사 지분 신속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산은 역시 이 공간을 십분 활용해 지분 매각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다음달 중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산은이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중소ㆍ벤처기업 98곳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향후 3년간 132개의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산은은 최근 수개월간 시장에 적극 보유 지분 매각 방침을 홍보했지만 인수 희망자가 3곳에 그칠 만큼 조기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은은 내부적으로 올해 안에 48개 중소ㆍ벤처기업 지분을 정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도울 아이디어가 바로 1층 로비 개조다. 산은은 조만간 현재 빈 공간으로 유지 중인 1층 로비에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로비에는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수요자들에게 기술과 상품 시연을 벌일 수 있는 쇼룸 공간이 마련되고, 한켠에는 기업의 홍보 동영상을 틀 시청각실도 설치된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꼭 산은이 지분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도 판로나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유망 기업들의 홍보 공간으로 활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회사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나는 팔겠으니 살 사람은 오라는 식의 고압적 방식으론 투자자를 유인할 수 없다고 봤다”며 “새로 만들 홍보 공간과 이번 투자설명회를 계기로 자회사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음달 투자설명회에는 산은이 출자전환 방식으로 보유 중인 금호타이어, 국제종합기계 같은 자회사 34곳은 참여하지 않는다. 덩치 큰 기업의 웬만한 정보는 투자자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 단기간에 보유 지분을 정리하는 건 쉽지 않을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갖고 있는 지분의 상당수가 비상장인 중소ㆍ벤처기업의 소수지분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선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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