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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지우기’ 정부,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사업 예산 전액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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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지우기’ 정부,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사업 예산 전액 삭감

입력
2016.06.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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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을 추진해왔던 정부가 내년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에 타결한 이후,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의도적으로 발을 빼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 받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위안부 기록물 관련 유네스코 등재 추진 사업 예산 4억 4,0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위안부 교육콘텐츠 제작 사업(2억), 국제학술심포지엄(1억), 국외 자료조사(3억) 사업 항목도 줄줄이 전액 삭감됐다. 사실상 이 사업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이다. 민간단체의 국제공조활동 및 기념사업지원 예산도 6억 5,000만원에서 3억 5,000만원으로 절반이나 삭감돼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는 노력은 차질을 빚게 됐다. 사실상 ‘위안부 이슈 지우기’ 작업인 셈이다.

그러나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그간 여가부 장관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홍보에 나설 만큼 챙겼던 사업이었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일본 정부가 강제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끝내기 위해 2013년부터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조윤선, 김희정 장관 등 역대 여가부 장관들은 틈날 때마다 이 문제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여가부 내에는 유네스코 사업 추진단까지 별도로 설치됐을 만큼 의지를 드러냈다. 여가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에 기여한다”며 “2017년 등재 목표”라고 구체적인 시한까지 적어놓았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 이후 정부 내에 위안부 이슈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고, 급기야 관련 예산까지 삭감하며 없는 일로 치부해버리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불가역적이라고 못박은 합의문 조항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양국 정부는 일본 측의 후속조치 이행을 전제로,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고 약속한 것이나 다름 없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합의 이후 여가부는 “유네스코 등재사업은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일이다”고 돌연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이후 여가부 내 유네스코 추진단 사무실은 폐쇄됐고, 예산도 지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에 나와 “정부가 12월 28일 합의 이후 사무국에서 유네스코 사업 추진단도 빼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기록물 소장자의 자율의사에 따라 등재를 신청한다는 유네스코 등재추진 원칙에 따라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라며 "한·일 합의와는 상관없는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대협이 올해 상반기 정부로부터 받은 쉼터 운영비를 전액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정대협에 따르면 이 단체는 올해 1월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1,500만원을 지난달 돌려줬다. 정대협은 서울 마포구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매년 상ㆍ하반기 1,500만원씩 인건비와 시설유지관리비 등 쉼터 운영비 명목으로 지원해왔다. 정대협은 올해 1월 상반기 지원금을 받아 3월까지 일부를 집행했다. 그러나 4월 12일 여가부에 공문을 보내 반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지난달 1,500만원 전액을 반납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일본과 말도 안 되는 합의를 한 정부의 지원을 거부하고 시민의 힘으로만 쉼터를 꾸려나갈 것”이라며 “정부가 정의롭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원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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