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세가 불리해질수록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특유의 ‘족벌주의’ 행태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한때 트럼프의 최측근 참모로 알려졌던 코리 루언다우스키 선거대책본부장이 트럼프의 장녀 이반카(34)의 한 마디로 경질되는가 하면, 선거캠프 내에서 두 아들과 딸의 발언권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20일 워싱턴포스트와 CNN에 따르면 이날 아침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루언다우스키를 경질한 것은 장녀 이반카의 강력한 요구에서 비롯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부터 루언다우스키의 교체를 요구하던 이반카가 전날 “나와 루언다우스키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최후 통첩을 아버지에게 날리자, 트럼프가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선거캠프가 출발할 때부터 선거전략을 주도하며 정치 경험이 전혀 없던 트럼프의 경선 승리를 이끌어낸 인물이 큰 딸의 한 마디에 무너진 것이다. CNN도 “루언다우스키가 이반카의 남편인 자레드 쿠쉬너를 비방하며, 그의 힘을 약화시키려 시도했던 것이 이반카의 분노를 사게 된 직접적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반카의 반격이 순식간에 이뤄진 때문인지, 루언다우스도 이날 오전까지도 경질 이유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왜 경질됐는지 모르겠다. 이반카와의 관계도 좋았다. 어떻게 답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ㆍ투자가 주력인 트럼프그룹 운영 과정에서도 예정부터 미국 기업인 치고는 자녀와 친인척을 주요 요직에 등용하는 강력한 ‘족벌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미국 재계에서 트럼프 가문은 월튼(월마트 소유), 머독, 포브스 등과 함께 총수 집안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10대 그룹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도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을 발표한 호프 힉스(27ㆍ여) 선거캠프 대변인이 원래부터 이반카의 최측근이었으며, 트럼프의 핵심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38), 차남 에릭(32)이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