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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포커스] 혈통만 가족? 드라마 속 가족이 달라졌다

입력
2016.06.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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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은 재혼 가족이 증가한 세태를 반영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얻고 있다. KBS 제공
KBS2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은 재혼 가족이 증가한 세태를 반영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얻고 있다. KBS 제공

‘당신은 지금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이 질문을 요즘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 던져본다면 과거보다 한층 다채로운 답이 돌아올 것이다. 재혼 가정(KBS2 ‘아이가 다섯’), 편모 가정(KBS2 ‘백희가 돌아왔다’), 1인 가구(tvN ‘식샤를 합시다’), 나아가 주거 공동체(JTBC ‘청춘시대’)까지, 드라마가 보여주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달라진 가족 형태만큼 가족 개념에도 변화가 생겼다.

보수적 색채가 가장 강했던 KBS 주말드라마에서도 변화가 엿보인다. 지난 해 방영된 KBS2 ‘부탁해요 엄마’와 ‘가족끼리 왜 이래’는 부모의 시한부 판정으로 가족 갈등을 억지 봉합하며 가족중심주의를 강조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아이가 다섯’은 재혼 가족을 등장시켜 변화된 가치관을 담아내고 있다.

남자주인공 상태(안재욱)는 아내와 사별한 뒤에도 처가에 살면서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여자주인공 미정(소유진)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뒤에 할머니, 아이 셋과 씩씩하게 살고 있다. 남자는 편부 가정, 여자는 편모 가정이면서 조손 가정이다. 두 주인공은 재혼 과정에서 부모의 반대, 아이들 문제 등 여러 난관에 부닥친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재혼 가정이 겪을 법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남자주인공이 부모의 간섭을 딱 잘라내는 장면이나 재혼한 부모와 살지 않겠다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장면처럼, 부모 자식간의 관계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엔 한층 도발적인 이야기도 등장했다. 한국판 ‘맘마미아’라 호평 받은 KBS2 ‘백희가 돌아왔다’는 세 남자와 얽힌 여주인공 백희(강예원)의 로맨스와 그의 딸 옥희(진지희)의 아빠 찾기를 통해 가부장제를 유쾌하게 비틀었다. 배우 김혜수가 출연한 코미디영화 ‘굿바이 싱글’(29일 개봉)은 자발적 미혼모를 선언한 여배우 고주연의 임신 소동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의 여주인공은 싱글맘이다. MBC 제공.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의 여주인공은 싱글맘이다. MBC 제공.

화면 속 이혼녀와 싱글맘도 부쩍 늘었다. MBC ‘결혼계약’은 싱글맘 혜수(유이)와 미혼 남성 지훈(이서진)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고, MBC ‘한번 더 해피엔딩’은 이혼녀 미모(장나라), 싱글대디 수혁 (정경호), 이혼남 해준(권율)의 삼각로맨스를 다뤘다. 심지어 ‘욱씨 남정기’의 여주인공 다정(이요원)은 세 번이나 이혼했다. 이들은 남자로 인해 구원받는 존재가 아닌 당당한 주체로 그려진다. 이 같은 설정은 높은 이혼율과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개선 등 세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흐름은 1인 가구를 다룬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방영되는 tvN ‘혼술남녀’는 노량진 고시생들과 강사들을 주인공으로, 혼밥족, 혼술족이라 불리는 나홀로족의 일상을 담는다. 시즌2까지 제작된 ‘식샤를 합시다’는 머리말에 ‘1인가구 드라마’라는 간판을 달았고, ‘욱씨 남정기’는 이웃집에 사는 1인 가구와 다세대 가구를 대조적으로 보여줬다.

7월 방영을 앞둔 ‘청춘시대’는 여대생 5명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1인 가구가 확장된 형태인 셰어 하우스를 다룬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인물관계 또한 일종의 시니어 공동체 성격을 띤다. 송원섭 JTBC 책임프로듀서(CP)는 “드라마가 세상을 선도하진 않지만 사회상의 변화를 발 빠르게 담아내야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최근엔 특히 1인 가구의 성장이 드라마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과거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의 경우도 대학생들의 셰어 하우스를 다뤘지만 요즘의 인식과는 괴리감이 있다. 과거엔 공동주거가 로망의 실현이었던 반면, 최근엔 주택난으로 인한 현실의 문제로 다뤄진다. 송 CP는 “세태의 변화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기 때문에 드라마도 이를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의 시청 태도와 가치관의 변화를 세대 이동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과거 386세대와 X세대가 나이가 들어 중장년층이 됐다”며 “민주적 가치관을 학습한 세대가 드라마의 주시청층으로 등장하면서 드라마 안에서도 유사 가족 같은 진보한 형태의 이야기가 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는 요즘 드라마의 경향이 시청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드라마 PD는 “최근 개인의 행복과 다양한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드라마 내용이 변하고 있다”며 “재혼 가정을 긍정적으로 다룬 ‘아이가 다섯’처럼 잘 만든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면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짚었다.

혈연중심주의를 다룬 드라마도 줄고 있다.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를 제외하면 핏줄 찾기에 집착하는 ‘출생의 비밀’도 많이 줄었다. 전통적 형태의 가족드라마는 MBC ‘가화만사성’과 SBS ‘그래 그런 거야’, KBS1 ‘별난 가족’ 정도만 꼽을 수 있다. 드라마계의 대모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 거야’가 기대와 달리 공감을 얻지 못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가족 중심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가치관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1인 가구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그 안에 청년세대의 고민과 현실적 문제들을 녹여내 호평 받았다. tvN 제공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1인 가구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그 안에 청년세대의 고민과 현실적 문제들을 녹여내 호평 받았다. tvN 제공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인물구도는 시니어 공동체적 성격을 띤다. tvN 제공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인물구도는 시니어 공동체적 성격을 띤다.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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