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공항공단의 평가 방식
영남권 가능지역 모두 넣은 뒤
여러 기준 적용해 하나씩 제외
최종 3곳에 5개 시나리오
비용ㆍ장애물ㆍ기상ㆍ외적 위험…
40개 세부 항목 만들어 채점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신공항 후보지 선정 평가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매우 특이한 접근 방식을 시도한 데서 비롯됐다.
21일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우리의 작업은 기존에 나왔던 옵션 두 개를 비교하는 게 아니었다”며 “처음부터 후보지를 추려가는 단계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애초 밀양과 가덕도 두 곳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영남권 신공항 부지에 어울리는 지역을 모두 후보에 넣은 뒤 여러 가지 잣대를 적용하며 후보지를 하나씩 없애 나가는 식으로 범위를 좁혀 나갔다는 설명이다. 1단계로 35곳을 꼽은 ADPi는 ▦주요 수요지로부터의 거리 ▦도시화 정도 ▦지형 등을 기준으로 후보지를 25곳으로 추려냈다. 그 후에는 장애물이 많은 지역을 제외하는 식으로 후보지를 8곳으로 압축했다.
ADPi가 이렇게 압축한 후보지 8곳을 인접한 지역군끼리 묶었더니 세 곳의 지역군이 형성됐다. 첫 번째 지역군은 가덕도와 인접한 남도 도서지역, 두번째는 김해가 해당하는 낙동강 지역, 세번째는 밀양이 속하는 중부지역이었다. ADPi의 이 같은 특이한 ‘귀납적 접근’ 방식 덕분에 김해가 가덕도 밀양과 함께 신공항의 최종 후보지 세 곳 중 하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산과 대구ㆍ경북(TK)의 대충돌이라는 최악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안을 제시하려 만든 사후적인 논리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ADPi는 이렇게 최종 후보지 세 곳을 선정한 뒤 가능한 변수를 더해 총 5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시나리오는 ▦김해공항 확장 ▦밀양에 활주로 2본(국내ㆍ국제선) ▦밀양에 활주로 1본(국제선) ▦가덕도에 활주로 2본(국내ㆍ국제선) ▦가덕도에 활주로 1본(국제선) 등인데, 이 중 김해공항을 확장하는데 드는 비용이 38억달러로 가장 적게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밀양에 공항을 만드는 데는 42억~52억달러, 가덕도에 공항을 세우는 데는 67억~92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됐다.
ADPi는 ▦사업비 ▦공항운영 ▦성장가능 ▦접근성 ▦사회환경 ▦환경성 ▦실현가능성 등 7개 분야 40개 세부 항목을 만들어 각 시나리오별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총점 818점으로 가장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밀양 2본(683.3), 밀양 1본(664.7점), 가덕 1본(634.8점), 가덕 2본(580.6점) 등 다른 시나리오의 점수는 김해공항 확장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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