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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예지중ㆍ고, 교사 삭발 투쟁으로 비화

입력
2016.06.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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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지중ㆍ고 교사들은 21일 학교 4층 강당에서 삭발식을 가진 뒤 대전시교육청에 갑질 교장과 재단 임원 취임 승인 등을 요구했다. 예지중고정상화추진위 제공
대전예지중ㆍ고 교사들은 21일 학교 4층 강당에서 삭발식을 가진 뒤 대전시교육청에 갑질 교장과 재단 임원 취임 승인 등을 요구했다. 예지중고정상화추진위 제공

“선생님들이 삭발까지 하게 만들다니 이게 인간이 할 짓입니까?”

21일 대전예지중ㆍ고 4층 강당은 학생들의 눈물로 가득했다. 유영호 교감 등 이 학교 전ㆍ현직 교사와 정상화추진위 위원 등이 삭발을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삭발까지 한 교사들에게 “힘 내세요”, “존경합니다”를 외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삭발 후 정상화 촉구 성명을 통해 교육청의 무책임한 태도를 맹비난했다. 교사들은 “박 전 교장의 비상식적인 경영에서 비롯된 학사 파행이 이 지경까지 이른 근원적인 이유는 무능한 예지재단 이사회와 대전시교육청의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시교육청은 교장과 이사장 겸직 정관 변경을 승인해 주고, 심각한 비리에도 사립학교법을 들먹이며 면죄부를 줬다”고 따졌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월 박 전 교장이 요청한 이사장과 교장 겸임, 재단 측의 자유로운 이사진 구성 등을 그대로 수용했다. 또 예지재단이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지 않아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학생과 교사들이 제 살 깎는 심정으로 재단 압박을 위한 보조금 중단 등 적극적인 대책도 요구했지만 시교육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설동호 교육감에게 예지재단 이사진 취임 승인 전원 취소와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교사와 동문,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특별기구설치도 촉구했다. 설동호 교육감이 이 요구에 대해 수용 의지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학생들과 수업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날 삭발 현장을 찾은 황인호 시의회 부의장은 “교육청을 감독할 시의회 일원으로서 적극 나섰어야 하는데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돼 죄송하다”며 “학교 정상화를 위해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사의 삭발을 지켜본 학생들은 눈물을 잔뜩 흘려 벌겋게 부은 눈으로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교육감 퇴진 운동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학교 한 재학생은 “믿고 의지한 설 교육감과 교육청은 오히려 학사 파행 장기화에 일조했다”며 “우린 이제 교육감 퇴진 운동까지 벌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예지중ㆍ고 정상화추진위는 20일 유영호 교감을 대표로 해 대전지검에 박 전 교장의 비리 의혹을 낱낱이 밝혀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정상화추진위는 또 22일부터 3일 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키로 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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