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금을 빌미로 식당업주로부터 수 천만 원을 가로챈 무속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 5단독 송선양 부장판사는 2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61ㆍ여)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대전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2월 4일 식당 이전 문제를 놓고 점을 보러 온 B씨에게 식당 이전을 잘 하려면 기도를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 “식당 계약금으로 쓸 돈을 현금으로 가져오면 그 돈을 놓고 기도를 올리고, 일주일 후에 그 돈을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식당 이전 때문에 고민이 많던 B씨는 이런 A씨의 감언이설에 깜빡 속았다. 사흘 뒤 충남 공주시 계룡산에 있는 한 암자에서 기도금 명목으로 현금 1,700만원을 가져다 준 것을 시작으로 한달 보름 동안 8차례에 걸쳐 모두 3,600만원을 A씨에게 가져갔다.
하지만 A씨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동종 전과가 있는 A씨가 기도를 한 뒤 돈을 돌려주기는커녕 B씨의 돈으로 자신의 빚을 갚고, 생활비로 사용한 것이다. 당시 A씨에게는 3,000만원이 넘는 부채가 있었고, 점집은 손님이 거의 없어 월 수입이 10만원에도 못 미쳤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고소가 취하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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