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목표 수익 위험회피 맞춰
자동으로 자산 배분해 투자
자산가 누리던 자문업 대중화
500만원 이상이면 펀드 가입
대규모 실물자산에 투자 가능
노후대비용 타깃데이트펀드는
은퇴 맞춰 포트폴리오 자동 변경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갈수록 척박해지는 재테크 환경을 의식한 듯, 요즘엔 금융회사뿐 아니라 정부도 국민들의 재테크에 도움이 될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시행 중인 ‘국민재산증식 프로젝트’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내집연금 3종세트,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등을 잇따라 내놓았는데, 각각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대체로 절세혜택, 투자영역 확대, 안정적 노후설계 등에서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반기에도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이른바 ‘돈 되는’ 제도들이 속속 시행을 앞두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재간접펀드, 다양한 개인연금 상품 등이 등판 대기 중이다. 0.1% 수익을 높이기도 만만치 않은 요즘, 적절한 투자상품을 고르는 것 못지 않게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를 눈 여겨 봐두는 것도 재테크의 주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서민도 저렴하게 투자자문업 이용 가능
그간 고액 자산가들만 누리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같은 투자자문업이 올해 하반기 대중화된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에게도 투자자문을 받을 기회가 넓어지는 셈이다.
주목할 제도는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투자자문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 투자자가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리스크를 조정하며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금융위가 투자자문업 활성화 방안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려면 온라인으로 계정을 만들고 자신의 수입, 목표 수익률, 위험 회피 정도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 따라 국내ㆍ해외, 주식ㆍ채권 등 다양한 투자상품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 자산을 재배분하고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매매한다.
이미 상반기부터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상태여서 굳이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 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금융위는 내달부터 최소 3개월 이상 각 금융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금을 직접 운용토록 해 유효성과 안정성, 서비스 적정성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오는 4분기부터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수수료도 저렴하다.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수수료는 관리하는 자산의 0.15~0.8% 수준으로 사람을 통한 자문수수료의 절반 이하다. 금융당국도 미국 사례를 참고해 낮은 수수료 체계를 유도할 예정이다.
수익ㆍ안정성 높인 다양한 펀드 나온다
하반기부터는 펀드 상품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전망이다. 우선 일반 투자자도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간 대형 오피스빌딩이나 민자 도로 건설 등에 대한 투자는 최소 1억원 이상을 넣을 수 있는 자산가들이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부동산 투자도 건물이나 상가를 구입해 임대하고 수익을 얻는 직접투자만 가능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펀드를 통해 실물자산에 간접투자하는 재간접펀드가 도입되면 일반 투자자도 최소 500만원 이상이면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임대나 개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자산운용사들은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부동산 재간접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노후에 대비하는 펀드ㆍ연금 상품도 하반기에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저금리 장기화 기조에 따라 자산배분펀드를 활성화해 장기ㆍ안정적인 재산증식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자산배분펀드는 한 펀드 내에서 국가, 자산, 투자전략 별로 구분된 다양한 펀드에 분산투자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비중을 조절하는 펀드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ㆍTarget Date Fund)가 꼽힌다.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깃으로 해 연령대에 맞춰 포트폴리오가 자동으로 변경되는 펀드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심한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안정적인 채권투자 비중을 늘리거나, 주식에서도 성장주보다는 배당주 비중을 확대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이 밖에 자산 가격이 오를 때 이익의 상한을 두는 대신 가격 하락 시 손실도 줄일 수 있는 커버드콜(Covered call) 펀드, 이익은 얻고 손실은 제한하는 손실제한형 펀드 등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박수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컨설팀본부 팀장은 다만 “아직 펀드 상품들이 구체화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운용사별로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 비중 조정이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높아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운용사와 상품을 고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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