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사 노동조합의 ‘전별금’관행으로 버스기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해당 노조를 탈퇴하면 과거에 냈던 돈조차 되돌려 받을 수 없어 복수노조 설립 등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막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국내 최대 버스회사인 KD운송그룹 A계열사 조합원 등에 따르면 운송회사 전별금은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동료들이 십시일반 모아 주는 일종의 위로금이다.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통상시급(KD그룹 기준 6,687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버스기사의 근무환경이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인 셈이다.
전별금 규모는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하다 보니 회사마다 서로 다르다. A계열사 노조는 전체 조합원 수(2,200여명)에다 퇴직자들의 근무 개월 수, 월 단가(250원)를 곱해 산출한다. 다만 B계열사 노조는 2010년쯤 월 납입액을 최대 55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뒀다. 장기근속 퇴직자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월 100만원(급여의 30% 안팎)에 이르는 전별금을 내야 해, 생활이 빠듯하다는 조합원의 불평이 거셌던 탓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왔다. 일부 퇴직자들이 자신이 매월 내왔던 액수도 찾아가지 못해 항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만 두는 직원이 많으면 상한 액을 전액 뗀다 하더라도 지급해야 할 전별금 총액보다 모자라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남은 조합원들도 미래가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경영난 등으로 회사가 문을 닫거나 노선 신설 등을 이유로 법인이 분리되면 납입했던 돈을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전별금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스스로 옭아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노조를 탈퇴하면 전별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여서 2011년부터 허용된 복수노조 설립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B계열사 노조 상조회도 ‘퇴직하지 않고 노조를 탈퇴하면 전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B계열사의 또 다른 기사는 “단체협약에 의해 노조에 자동 가입돼 상조회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 측의 입김으로 노조 집행부가 꾸려지면 실은 회사 멋대로 해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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