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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주사 치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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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주사 치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버려야”

입력
2016.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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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권위자 김대중ㆍ황진순 교수 대담

황진순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황진순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 권위자인 김대중(왼쪽) 교수와 황진순 교수가 대담에서 "인슐린 주사 등 적극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대병원 제공
당뇨병 권위자인 김대중(왼쪽) 교수와 황진순 교수가 대담에서 "인슐린 주사 등 적극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대병원 제공
당뇨병 권위자인 김대중(왼쪽) 교수와 황진순 교수는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죄책감으로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유전병이 아닌 만큼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제공
당뇨병 권위자인 김대중(왼쪽) 교수와 황진순 교수는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죄책감으로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유전병이 아닌 만큼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제공

당뇨병은 고질이다. 한 번 발병하면 자연적으로 치유하기 힘든 만성 질환에다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에서 11.9%(320만 명ㆍ질병관리본부 2013년 기준)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전 인구의 20%(1,000만 명)로 추산된다.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당뇨병 대란’이 올 수 있다는 경고등이 커졌다.

하지만 인슐린 등의 치료와 함께 적절한 식사요법,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건강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마침 지난 5~12일 8일간 부산~서울 1,300㎞ 구간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 도로 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제10회 대회에 제1형 당뇨병 환자들로만 구성된 ‘팀 노보 노디스크’ 프로 사이클팀이 4년 연속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초 당뇨병 환자 프로 사이클팀 멤버인 이들은 혈당을 적극 관리하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산 증인들이다.

국내 당뇨병 권위자인 황진순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와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가 지난 15일 아주대병원에서 대담을 가졌다. 이들은 “국내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주사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데 적극적으로 혈당관리를 하려면 인슐린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죄책감으로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유전병이 아닌 만큼 죄책감을 갖지 말고 자녀들에게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제1형 당뇨병 환자로만 구성된 ‘팀 노보 노디스크’ 프로 사이클팀이 최근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 도로 사이클대회인 제10회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대회에 참가해 역주하고 있다.
제1형 당뇨병 환자로만 구성된 ‘팀 노보 노디스크’ 프로 사이클팀이 최근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 도로 사이클대회인 제10회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대회에 참가해 역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당뇨병 현황은 어떤지요?

김 교수 “비만 인구 증가와 수명이 늘어나면서 전 국민의 10%인 500만 명 정도가 당뇨병을 앓고 있을 정도입니다. 정부가 나서 비만 인구를 줄이는 등 당뇨병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환자는 6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당뇨병 성장기 국가인 셈이죠.”

황 교수 “소아 당뇨병 환자 가운데 제2형 환자는 10년 전 10%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0%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는 서구화된 식습관 아니 미국화된(Americanized)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지요. 그런데 소아 비만의 경우 비만 검사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검사비가 많이 들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해줘야 합니다.”

-환자 가운데 인슐린 치료를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김 교수 “사실 우리나라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끝장’이라는 오해 때문에 인슐린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인 환자 가운데 30만 명 정도인 11%만 인슐린 주사를 맞는 등 인슐린 거부증이 너무 심합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 환자의 30% 정도가 인슐린 주사 치료를 받는 등 적극적인 혈당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당뇨병학회는 ‘인슐린 인식개선 캠페인’을 올해 할 일 가운데 가장 큰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 교수 “제1형 소아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는 기본입니다. 제2형 당뇨병은 혈당 수치가 200㎎/dL을 넘으면 인슐린을 기본으로 줍니다. 인슐린 치료는 한마디로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인 셈이죠. 그런데 먹는 당뇨병 약으로 허가된 것은 하나(메트포르민)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또한, 소아 제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학교 특히 보건ㆍ체육교사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비록 소아 제1형 당뇨병 환자가 5,00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화장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남몰래 맞는 현실은 고쳐져야 합니다. 적어도 양호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학교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밖에 당뇨병 환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뇨병은 부모로 인해 발병한 유전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너무 자녀에게 관심을 쏟다가 일찍 지쳐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당뇨병은 평생 같이 가는 친구로 여겨 운동도 열심히 하도록 하는 등 유연하게 자녀에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당뇨병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김 교수 “무엇보다 인슐린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당뇨병을 정확히 이해해 생활수칙과 인슐린이나 약 복용 등을 잘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인슐린 치료의 경우 주사를 맞아야 해서 아프지만 건강을 위해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사의 말보다 옆집 사람들의 카더라 통신을 더 믿는다는 게 문제에요. 근거 없는 말이 현혹돼서는 안됩니다.”

황 교수 “소아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3개월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인슐린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담임교사가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제1형 당뇨병에 대한 인식이 낮지요.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당국에서도 어린이 당뇨병 환자에게 제대로 된 관심과 배려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두 당뇨병 권위자들은 대담을 마치면서 “당뇨병 환자들이 자신이 당뇨병을 치료 중이라는 사실에 더 당당하고 인슐린 주사가 마지막 선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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