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인도 콘다팔리 지역에서 복합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던 두산중공업은 네덜란드에서 가스 터빈과 발전기 등을 들여와 발전소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들 기자재를 실은 선박이 인도양에서 악천후를 만나 뒤집혔고, 1,600만달러 상당의 터빈과 발전기는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두산중공업은 다행히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던 만큼 일단 회사 자금으로 기자재를 다시 구입해 그 해 발전소를 완공했다. 두산중공업은 공사를 마무리한 뒤 보험금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도의 보험사들은 온갖 이유를 대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인도 보험사들이 재보험 계약을 한 영국 보험사들도 관련 자료만 요청할 뿐 보험금 지급을 미뤘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2002년 7월 인도지방법원에 보험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더딘 소송 진행과 재판부 변경, 증거자료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소송은 좀체 진척되지 않았다. 심지어 법원이 파업을 해 재판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10년이 흐르며 소송 담당자는 바뀌었고 발전소 사업에 참여했던 직원들도 거의 회사를 떠나며 두산중공업이 보험금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던 2013년 두산중공업의 법무조직이 개편되면서 해외법무팀은 묻혀있던 콘다팔리 보험금 소송에 주목했다. 10년 이상 지난 사건이어서 증인과 서류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수소문 끝에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현지 직원을 찾아 당시 상황을 자세히 파악했다. 이후 3년 동안 인도 현지에 변호사를 고용해 판례를 분석했다. 직원들은 프로젝트 발주처를 직접 찾아가 계약서와 보험 증권 등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재판 과정에서 인도 보험사는 10가지에 달하는 보험금 미지급 사유를 내밀었지만 두산중공업은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고 분위기는 점차 두산중공업 쪽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결국 인도 보험사는 1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12월31일 두산중공업에 1,350만달러(약 16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두산중공업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158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무려 13년간의 법정공방을 승리로 이끈 두산중공업 해외법무팀은 지난달 26일 열린 두산그룹의 ‘두산웨이 어워즈’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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