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전쟁 당시 빗발치는 포화와 전쟁의 공포 속에서 참전용사들에게 위안을 줬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89)이 한국을 다시 찾는다.
보훈처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번스타인을 비롯한 미국인 6ㆍ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 해외교포 참전용사 70여 명을 초청해 감사를 전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보훈처가 1975년부터 국제보훈외교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의 일환이다. 이들은 23일부터 5박 6일간 한국에 머물며 6ㆍ25전쟁 66주년 기념식 참석, 판문점 방문, 국립 서울현충원 참배, 전쟁기념관 헌화 등을 할 예정이다.
번스타인은 1951년 4월부터 1년 6개월간 미 8군 일병으로 6ㆍ25전쟁에 참전해 최전선을 찾아 다니며 100여 차례 위문공연을 했다.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던 군인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피아노 옆에는 언제라도 전투에 나설 수 있도록 소총이 놓여 있었다. 전쟁에 지친 한국인들을 위해 대구, 부산, 서울, 인천, 거제도 등 전국을 돌며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번스타인은 “최전방에서 열린 공연들은 언덕 밑에 피아노를 배치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면서 “군인들은 언덕 경사에 앉았고 포탄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공군 전투기가 언덕 위를 비행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전역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1955년 서울교향악단 지휘자였던 존 S. 김의 초대로 방한해 콘서트를 열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1960년 미 국무부 후원으로 한국을 찾았을 때는 4ㆍ19혁명이 일어나 콘서트 계획이 취소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이에 콘서트 대신 이승만 정권에 항거하다 다친 이들이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에서 연주했다. 번스타인은 “미국이 다친 학생들의 편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시 미국대사가 공연을 승인했다”며 “연주 장면이 세계 각국에 방영됐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27일 보훈처 주관으로 열릴 참전용사 감사만찬에서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66년 전 참혹한 전장에서 동료들에게 들려줬던 피아노 연주를 재연하며 그때의 감동을 되새길 예정이다. 앞서 24일에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을 다시 찾은 소회를 밝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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